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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오늘도 허탕” 공사물량 감소로 일감 못구해 ‘발동동’ 구르는 근로자의 말이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천정부지 치솟고 “추석 쇨 생각하니 한숨만” 직장인의 고민이다.

“자린고비 추석 지내야 할 판” 가뜩이나 힘든 주부들의 각오이다. 경기불황 속 “한끼라도 때운게 다행이지” 고유가와 고물가의 여파로 서민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혼자사는 노인들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의 말이다. 하지만 이들도 한때는 잘살았던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사업을 하다 실패하거나 건강을 잃어버린 사람, 나이가 많아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가난은 죄는 아니나 견디기 힘들게들 산다. 땅부자들이야 어느 시대이든 잘 살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지금도 고통 속에 산다. 이렇다보니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얼마나 좋을까/울어머니 살아 생전에/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콩도 심고, 팥도 심고/고구마도 심으련만/소중하고 귀중한 우리 땅은 어디에/. 70·80년대 대학생활이나 농촌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노래가사다. 암울했던 독재시대 농학연대(농민-대학)집회시 농민운동가들이 자주 불렀기 때문이다.

땅을 갖고 싶어도 돈이없어 갖지 못했던 농민들의 애절한 마음을 노래로 엮은 것인데, 군부독재에 맞서 자주 민주통일을 부르짖는 대학 운동권에서도 많이 불려졌다.

그시대 땅은 온 가족의 삶을 책임지는 생명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조그마한 땅이라도 갖는 것이 소망이었고, 큰 자랑이었다. 그런데 지금에와서 보면 땅은 삶의 터전이 아니라 부의 축적을 위한 수단이 돼버렸다.

‘평당 얼마’의 가격표가 붙어버린 상품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장관들이 갖고 있는 땅을 보면 이런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들이 영원히 잘살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부자가 가난보다 못한 사람을 본다. 배터져 죽는 사람을 자주 보고있다. 복진탈락(福盡脫落)이란 경구도 있다. 이 경구는 복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타고난 복을 다 써버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밑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탈락하지 않으려면 부정을 하지말고 부지런히 복을 쌓아 놓아야 한다.

이 시대 복의 총합(總合)은 돈 많은 사람일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까 두 가지 유형이 있었다. 하나는 어느정도 고생은 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일이 술술 풀려 부자가 된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안 먹고 안 쓰면서 온갖 구두쇠 노릇 다 해가지고 재물을 모으게 된 사례이다.

전자의 경우는 윗대 조상들이 적선을 많이 해 놓은 경우이다. 선대에서 쌓아 놓은 복을 후손들이 이자까지 쳐서 받은 셈이다.

영(靈)발이 센 무당들은 선대에 좋은 일을 많이 한 후손을 보면 이상하게도 금방 알아차린다.

‘아우라(後光)’가 밝기 때문이다. 후광이 밝으면 자연스럽게 돈을 번다. 후자는 자기 당대에 온갖 노력을 다해서 번돈이다. 노력은 좋지만, 이런 경우에는 악업(惡業)을 지은 대가로 돈을 벌었다고 보아야 한다.

악업을 쌓고 그 대가로 돈을 번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주변사람들에게 베풀 줄 모른다는 점이다. 자기 당대에 후하게 베풀어 놓지 않으면 자식, 손자대에 형편없이 된다. 그래서 ‘부자가 3대가기 어렵다’는 속담이 있는 것이다.

재벌 3~4세들,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대통령 사위)까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재벌 3~4세들이 선대에 쌓아 놓았던 복을 다 까먹고, 철없이 악업만 점점 쌓고 있다는 증거다. ‘복진탈락’을 피할 행동들을 좀 하라.

추석명절이 코앞인데 한숨짓는 서민들을 보라. 돈에 치어 불행한 사람이 되지 말고….

고운석 <시인·남구발전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