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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일년중 가장 풍성하고 넉넉한 인심이 흐르는 한가위이다. 그럼에도 금년 추석은 예년에 비해 훨씬 썰렁하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그 이유는 절기상으로도 예년 추석에 비해 10여일 이상 앞당겨진데다가 날씨마저 따뜻한 데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러다 보니 추석 특수를 맞추지 못한 과일 농가부터 울쌍을 짓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심각한 불경기 속에 무섭게 치솟는 물가는 서민들로 하여금 시장(市場)가는 것을 두렵게 함으로써 경기 위축을 가져오고 이는 생산 감소라는 악순환을 가져 오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만 바꾸면 경제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너도 나도 이명박 찍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국민들에게는 이는 실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대선 후에 치러진 총선에서 국민들은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당위론 속에서 많은 악재에도 여당에게 사상 초유의 다수 의석을 몰아주었음에도 여당은 덩치만 큰 공룡처럼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사정은 야당이라고 하여 별반 다르지 않다. 여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야당의 지지율이 상승해야 할 텐데,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20%를 넘지 못하는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이는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국민들에게는 정치인이면 모두가 “그놈이 그놈이지” 여당, 야당 구분할 필요성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로 심각한 현상이다.

대선을 목전에 앞두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 민주․공화 양당에서 대통령 후보는 물론이고, 부통령 후보가 결정됨에 따라서 정당별 지지도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등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결코 식지 않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 오랫동안 추석과 설(舊正)이 전국적 민심(民心)을 가늠해 보고, 여․야간 지지도를 판명해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여왔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높은 가족적 유대감과 함께 엄청난 인구의 이동에서 경향(京鄕)간에 정치적 의견이 소통되는 계기가 추석과 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추석을 통한 민심의 변화는 출범 6개월 동안 혹독한 시련을 겪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이번 추석 민심의 향방은 2010년에 치러질 「전국 지방선거」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안테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 정당들로서는 결코 사소하게 넘길 수 없을 것이다.

정치가 민심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고 하지만, 민심만을 추종하는 정치 또한 역사에 영원히 남을 훌륭한 정치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여야 정당들은 이번 추석 귀향활동을 통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지향하고자 하는 정치의 방향에 대해서도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여야 정당의 다음 활동은 추석을 통해 취합한 각종 민심을 정치과정에 효과적으로 반영함으로써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실현하는 일일 것이다.

국민을 위하는 정치에 묵묵히 봉사하는 것과 자기들의 홍보에만 급급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호프집 방문과 그곳에서의 맥주 값 골든벨 사건’을 둘러싼 네티즌 간의 논쟁으로 충분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