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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원형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점거농성이 석 달을 지났건만 여전히 답이 없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 추진단은 9월말까지를 도청별관 철거시한으로 통보한 채, 문화전당 설계변경은 있을 수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추진단은 만약 문화전당의 설계를 변경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정부로부터 노무현정부의 대표적인 호남퍼주기사업으로 지목받고 있는 ‘광주문화수도’ 사업이 핑계만 있으면 사업을 축소할 수도 있는 국면에서 ‘다시 원점’ 요구를 하고 있다며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동시에 설계변경을 기화로 랜드마크, 대규모 공연시설 등 그 동안 수면으로 잠복했던 쟁점사항이 다시 부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이를 합의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뿐 아니라 문화전당 사업자체가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추진단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국책사업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네에 조그마한 마트 하나를 짓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주민공청회를 거치고 교통영향평가 등을 받는데, 하물며 대통령이 직접 지휘하는 국책사업의 내용이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서 결정될 수는 없다며 문화전당사업의 조속한 완공을 위해서라도 5.18관련단체들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문화전당은 전남도청의 무안 이전으로 말미암은 구도심권의 공동화를 해소하고,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이 결코 5월항쟁과 무관할 수 없다는 시민적 동의에 따라, 5월 항쟁의 상징인 구 도청권역으로 결정되었다. 그 때문에 5월관련단체들은 구 도청건물존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전당 사업과 관련하여 합의점은 없는 것일까?

그동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은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되었다. 추진단은 진행과정에서 광주의 문화예술계를 양분하고 있는 보수적이지만 조직이 큰 ‘예총’그룹을 철저히 배제하였고, 그렇다고 해서 진보적인 문화예술 세력들과 철저히 연대하여 사업을 추진한 것도 아니었다. 여기서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오로지 광주민예총의 집행부 임원 몇 명과, 급조하여 만든 ‘시민문화회의’라는 단체만을 파트너로 삼아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조성사업은 대다수의 지역문화예술인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되었고, 더욱이 광주시민들의 총의를 결집하여 추진해나갈 의지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는 도청별관 철거 합의와 관련하여 더 이상 공식적으로 문서화된 자료가 없는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설명회를 했으면 5월관련단체의 의견은 합의나 다를 바 없다는 태도다.

사실 도청별관 원형보존과 관련하여 합의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전당도 지으면서 도청별관을 존치시키면 모두가 만족할만한 합의가 되는 것이다. 현재 도청별관 자리는 문화전당의 진입로로 예정되어 있다. 마침 문화전당이 지하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도청별관의 2,3,4층을 그대로 둔 채 1층만 털어내고 지하진입로의 중앙과 양귀퉁이를 떠받히면, 도청전면의 원형도 보존하면서 문화전당의 진입로도 확보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추진단과 5월관련단체, 그리고 지역사회의 원로를 포함한 시민단체협의회와 진보연대가 머리를 맞대고 집담회를 하여, 마지막 남은 도청별관 문제를 시민합의로 풀어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