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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수립의 60년사를 통해 우리 국민이 가장 혈난하게 부르짖은 것이 독재탄압과 부정부패에 대한 항거라고 생각된다.

자유당 정권에 대항했던 4.19 학생의거와 군부 독재에 대한 5.18 민주화 운동은 그 대표적인 역사적 기록이다. 그 결과 위정자들의 독재성은 물러났지만,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부정과 부조리는 그 싹이 꺾어지지 않고 있다.

요즘 웃지 못 할 일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시(市) 행정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시의회 의원들이 의장후보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전체의 4분의 1 이 넘는 28명이나 무더기로 기소되었다는 사실이다. 뇌물이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은밀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에 혐의자들을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당사자들의 흑심과 처벌의 수위가 무딘 데에서 오는 고질적인 병폐일 수 밖에 없다.

아시아에서 청정국가로 손꼽히고 있는 싱가포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곳에서는 공직수행을 함에 있어서 엄격한 도덕적 수준을 요구하고, 잘못을 범할 경우 가차 없는 엄벌을 가하고 있는 사례이다.

혹자는 부정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급여 수준을 대폭 개선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방편이 될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의 욕망에서 물욕의 척도를 모르는 생각이다. 세계적으로 부패인식지수가 가장 높은 유럽에 있는 핀란드는 일반인에게 공적 정보에 대한 접근이 대부분 허용되고 있어 그것이 부패방지수단에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부정과 부패는 정보의 독점과 왜곡, 또는 은폐에 맞닿아 있어 음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므로 공직 사회의 투명성이야말로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최상의 방부제가 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공직자들의 투명성을 보이기 위해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공개와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등 부패의 근절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공염불에 불가하다는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모 일간지와 방송에서 경찰이 성매매 업소에 대해 집중 단속을 하자, 업주들은 성 상납 경찰관의 명단을 폭로하겠다고 맞섰다는 내용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빙산의 일각이겠지만 부조리의 씨앗이 아니라고는 볼 수 없다. 만일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을 해마다 부정부패의 백서를 만들어 그 명단과 직책을 공개하고 부정 액의 다소(多少)를 따지지 않고 전 재산을 몰수한다는 처벌규정을 법제화시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정과 부패는 인류의 역사 속에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잠재되어 있는 악의 씨앗이다. 그러나 지나친 노출로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나 국민의 봉사자로 명명되어 있는 공직자들의 부정행위는 그 상황을 참작할 여지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일반인들의 부조리는 참작의 여지는 두자는 뜻은 아니다. 또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적당히 스쳐버리는 법의 심판도 없어야 한다. MB 정부에 또 하나를 기대해 본다. 경제 대통령을 천명했듯이 부패와의 전쟁도 천명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서 길 웅 <서강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