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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광주에 입성하면서 생활은 예술의 거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의 일이다. 1966년도 태백산맥의 고장 벌교읍 소재 벌교상고를 졸업하고, 첫 직장인 미풍판매주식회사 (지금의 CJ)공채 1기생으로 1967년도 첫 부임지가 광주영업소 였다. 바로 지금의 동부경찰서 옆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헐리고 5층건물이 들어섰는데 지금의 학원사 책방의 위치였다.

당시 광주영업소에는 1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그중 경상도 출신이 3명 전라도 출신이 7명으로 전라남도, 전라북도 출신들이었다.

필자의 직장 사무실은 현재의 동부경찰서 옆에 소재 해 있었으며, 당시 사무실과 창고도 함께 있었다.

그 앞으로는 바로 2층에는 '진주다방'(지금의 부동산)이 있었고, 영업소 사무실 바로 오른쪽에는 '승주식당'(지금의 김밥집)이 있었던 위치다.

우리들은 그 식당에서 식사를 주문해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바로 가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아마 그 식당주인이 전라남도 승주군(지금의 순천시)에서 올라온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당시 40대 였다.

어쩌다 지금도 거리에서 그 식당집 부부를 만나게 되는데 지금은 80살에 가까운 나이로 필자를 알아보는 것이 아직은 건강한 것 같았다.

필자가 계림극장 앞 대인시장 부근의 하숙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숙직실에서 3명의 총각이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매월 받은 숙직비로 바로 옆 '승주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숙직실에서 잠을 자는 등 곧 숙직실이 하숙집이나 다름없었다.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던 필자와 같이 숙직실에서 기거했던 사람은 전라북도 전주시 김인환씨와 김제 출신 김대규씨였다.

우리들은 모두 미혼이기 때문에 함께 있게 됐다. 오후가 되면, 영업소 관리직원과 영업직 사원들은 모두 퇴근하고, 총각인 우리 3명만 남게되어 우리 세상이 되었다.

퇴근시간 후 김인환 씨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면, 김대규씨와 필자는 영업소 숙직실에서 라디오를 듣거나 TV를 보기 위해 앞 진주다방으로 마실을 나갔다.

'진주다방' 에 가면 단골손님으로 커피한잔에 TV 드라마,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2-3시간 지내다가 9시쯤 숙직실로 돌아와 잠을 자고, 다음날 일어나 사무실 청소를 깨끗이 하고, 그 옆 승주식당(지금의 김밥집)에서 식사를 시켜서 아침을 먹고 근무에 들어가게 된다.

앞 진주다방에서는 예쁜 아가씨가 근무했는데 당시의 이름은 '박미경' 이라고 불렀으며, 필자와는 동갑내기였다. 박(朴)양은 밀양에 부모가 살고 있었으며, 密陽朴氏 의 장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진주다방을 자주 다니다 보니 몇 개월이 지나 처녀, 총각이 서로 정이 들게 되어 매일 들리지 않으면 '박양'으로 부터 전화가 오는데 한가한 시간이 되면 호출했다.

그래서 우리 둘은 만나면, 그 날 지낸 이야기와 경상도 풍습이야기, 전라도 풍습 등 이야기로 꽃을 피운 적이 많았다.

그런데 6개월 후 1968년 초 그 朴양은 고향에서 결혼을 한다며, 광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자기 어머니와 함께 광주를 떠났다. 그때의 허전함과 섭섭함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필자는 광주의 예술의 거리에서 생활을 시작했고, 그 후 우리 총각 둘은 숙직실을 떠나 각자 하숙집을 구해서 옮겨가게 됐다.

당시의 예술의 거리는 지금의 동부경찰서(당시, 광주경찰서)가 있었으며, 학원은 없었고, 식당들이 많았으며, '필방'이나 '화'방은 없었으며, 대서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에는 비포장 도로로서 비가 오면 도로의 흙이 씻겨져 내려갔다.

필자는 당시 이곳에서 기거하면서 재미있었던 추억이 지금도 떠오른다.

'진주다방' 아가씨와 친하게 지냈다는 것과 지금의 학생회관 앞에 '영하당'으로 기억하는 토끼탕집이 있어 회식이 있으면 종종 갔고, 무등극장, 제일극장이 가까워 간혹 영화 관람을 위해 가게됐다. 당시 무등극장 지하에는 카페가 있었는데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곳에 가면 피아노 연주로 노래하는 미희가 라이브 공연 때문에 간혹 혼자 조용히 들린 적이 있었다.

필자가 광주 입성 후 첫 기거를 했던 곳이라 그런지 지금도 예술의 거리에는 애정이 깃들어 있고 추억이 있으며, 지금도 갤러리의 전시회를 취재하기 위해 매일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광주의 중심지가 바로 도청의 부근으로 금남로와 중앙로도 없었고, 지금의 카도릭센타 건물 자리는 광주지방법원이 있어서 이곳을 '법원통'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인근에는 양장점과 양복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재승 <파인뉴스 대표기자.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