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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느시대건 지금처럼 앓아왔다. 때로는 정치때문에 앓고 때로는 경제 때문에 앓다가, 도덕적 부패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지금 이를 앓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총체적 몸살이라고 한다.

변격기와 21세기 고통이라고도 한다. 국가와 사회, 개인에게 변화를 크게 요구하는 이 시대야 말로 부패의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게 드러나 한 차례 굿을 해야한다는 측도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은 정말 맞다. 조선 말기의 노사 기정진(1788~1879)의 가슴앓이를 지금 지식인들도 똑같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고장 장성서 세상을 떠난지 1백29년이 지났지만 그가 지적한 사회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양반관료의 정치, 경제적 이익과 우위 보장으로 일관해온 전근대적인 조선왕조는 정치적으로 당쟁의 격화, 경제적으로는 부패와 수탈로 민생은 피폐될대로 피폐돼 경제적 보완책도 큰 효과없이 문란해진 상황이었다. 18세기부터 재야의 실학자들이 부국강병과 민생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안을 제출해 보았지만 기득권을 지키기에 눈이 어두운 양반집권층의 냉담한 반응으로 그들의 주장을 불평 속의 넋두리로 비웃음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는 가운데 정치적으로 당쟁이 날로 격화되어 순조때부터는 지금이상 세도정치가 등장, 모순과 부조리를 가중시켰다. 특히 국가재정의 기본이 되는 田政·軍政·還穀 등 三政의 문란이 극심해 민중의 분노는 전국을 휩쓸었다. 이때 노사는 ‘三政을 개혁하는 길만이 난을 수습하는 방안이다’고 보고했다. 당시 65세로 장성에 거주하고 있던 노사는 6천여 자가 넘는 글을 써 ‘사대부 습속이 크게 무너져, 중앙의 집권층은 마치 국민을 개나 돼지 취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판국에 왕이 세금을 모두 면제해 준다해도 백성들을 죽음에서 구제하는데 아무 도움이 못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민란을 일으킨 백성은 젖을 잃고 우는 어린아이와 같은 처지에 비유하여 민란의 당위성을 논술했다. ‘대개 백성은 갓난아이와 같고 임금은 유모와 같은 것으로 갓난아이가 젖을 잃을 때는 오직 울 수 밖에 없지 스스로 젖을 가져다 먹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모는 반드시 어린아이의 주리고 배부른 것을 살펴 젖을 주어 기른 후에 가히 그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전할 수 있는 것이다. 금년 三南의 변은 비록 농민이 무지하고 망령되어 스스로 죄에 빠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 사실인즉 젖을 잃고 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임금께선 五事에 힘쓰라는 주장이다. 첫째, 民田을 한정하고 둘째, 군포와 환곡을 폐지하고 셋째, 서원의 유생이 양민에게 해독을 끼치니 없애고 넷째, 사치의 폐풍을 없애며 다섯째, 과거제를 개혁하여 먼저 향시를 거친 후에 시험에 의해 선발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이 五事에 힘써 인재를 등용하면 국가가 잘 다스려지고 민생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기의 주장은 왕 주위의 공경대부의 반대나 분노를 예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옥같은 그의 주장 하나하나가 요즘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하는 것 같다.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가라앉지 않는 금융위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정책, 공직자 비리, 잘못된 인사 문제, 부자만 혜택 주는 세금정책, 특히 농민 몫 혈세까지 먹어치운 (쌀 직불금) 공직자 비리 등을 보면서 노사가 고함을 치며 달려오는 것 같기 때문이다.

노사는 시대적 양심에 눈감지 않고 생애 노년기에 닥쳐온 국난에 대처해 애태운 모습! 부패한 정권을 향해 구제책을 올린 선비다. 현대인의 몰민족적 착각에 경종을 울린 청아한 생각과 몸가짐에 옷깃이 여며진다. 이 대통령은 총체적 경제위에 빠진 국민을 끌어내야 한다.

고운석 <시인·광주 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