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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의(준)가 출범한다. 금남로에 촛불이 한창이던 지난 5월 23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의 ‘이명박 시대 시민사회운동의 과제’ 토론회를 시작으로, 장장 7개월에 걸친 논의를 거쳐 12월 2일 민생민주광주전남회의(준)(약칭 민생회의)가 출범하게 되었다.

그동안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비상시국회의’ 내에서 의제확대 및 운동본부로의 전환을 모색하던 중, 촛불민심이 보여준 직접민주주의와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서민생활에 중점을 두고자 민생회의(준)가 탄생하게된 것이다.

이러한 대동단결은 1990년에도 있었다. 1987년 6월항쟁의 벅찬 감동에도 불구하고 양김의 분열과 노태우 대통령의 당선으로 지역감정이 극에 달하면서 민주진영도 사분오열되기 시작했다. 1989년 1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이 출범했지만 광주전남에는 단일대오가 없었고 개별단체들이 일부 전민련에 가입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으로 1989년 9월부터 6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오월?종교?노동?농민?학계 등 광주전남의 모든 단체들이 하나로 뭉쳐 1990년 3월 광주전남민주연합이 출범한 것이 그것이다.

반면 합법정당건설 문제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으로 전민련과 뒤를 이은 국민연합은 해체되고, 1991년 12월에야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약칭 전국연합)이 결성되어 광주전남민주연합과 더불어 1990년대 운동을 이끌어 간다.

그러나 IMF 사태가 터지고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1998년 민주진영은 시민단체협의회와 민중연대로 분화된다. 1990년대를 꾸준히 성장해온 17개 시민단체가 1998년 11월 광주시민단체협의회를 결성하여 순수한 시민운동의 구심을 형성하였다.

동시에 1998년 5월 <고용실업대책과 재벌개혁 및 IMF대응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되고, 11월 여의도에서 3만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석하여 전국민중연대가 결성된다. 이는 전국시민단체협의회와 운동노선을 달리하는 전국민중연대가 출범함으로써 지역운동도 양분화 과정을 겪게 된다. 민중연대는 2007년 2월 진보연대로 개편되었다.

이처럼 지난 10년 동안 시민협과 진보연대가 지역운동을 양분해오다가 금년 촛불정국에서는 종교계와 학계 등 모든 시민사회종교단체를 아우르는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비상시국회의’로 힘을 뭉쳐 하나가 되었다. 시민사회종교단체가 대동단결하자 금남로에는 5, 6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고, 6월 항쟁 이후 21년 만에 다시 대동세상을 이루어내었다.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촛불민심은 2007년 대선패배와 2008년 총선참패를 시원하게 날려버린 거대한 바람이었다. 그러나 촛불이 요구한 MB OUT!도,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도, MB정부의 신자유주의 저지도 어느 것 하나 이뤄내지 못하고 말았다. 촛불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람을 하찮은 몇 개의 연대조직으로는 담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MB정부에 의해 민생과 민주는 실종되었고,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우리 사회는 지금 총체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촛불운동의 성과를 계승하고 분열된 조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7개월을 논의해 왔다. 이러한 자기성찰의 결과,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공세와 시장화 정책에 대항하여 민주주의와 민생, 공공성을 옹호하고 국민주권을 수호하는 제 시민?사회?종교?직능단체와 각계인사가 참여하는 범시민 운동기구로 마침내 민생회의(준)가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김상집<참여자치21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