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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廣島)에 가면 평화공원이 있다. 원자폭탄이 터진 자리로 일본인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한국인들은 너무나 억울하게 희생된 곳이다. 그 공원 한 가운데에는 평화를 기리는 불꽃이 타고 있다.

그리고 그 때를 상징한 4층 건물 꼭대기에 돔으로 형성된 것에 철근만 보인다. 당시에 많은 건물이 있었지만, 그 중에 대표적인 건물 하나만 보존된 것을 볼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부지에 포함된 옛 전남도청 별관(別館)의 철거 여부를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도청 별관 철거 문제와 관련, 시민대토론회에서는 5. 18 근거지로서 역사적 장소인 별관을 원형 보존하자는 주장과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철거하자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5. 18 단체 "5. 18 당시 “시민군이 진압군을 향해 처음으로 발포한 역사적 장소로 원형을 보존해야 하는 만큼 설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중심도시 추진단 관계자는 "18개월 동안 220억원을 들인 설계안을 바꾸려면 이와 맞먹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 이라며 "설계 변경에 따른 미관 훼손과 공기 차질, 예산낭비 등이 우려된 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최근 열린 시민토론회에서 해체 뒤 건물 파편을 전국에 분산 보존, 랜드마크에 해체된 별관의 역사성 표현, 본관 내부에 별관 축소모형(縮小模型) 전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토론회를 열긴 했지만 양측의 견해차만 확인하면서 기대했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양측의 주장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이제는 광주시와 지역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6월에 공대위의 천막 농성 이후 실무자들이 현장을 방문, 공대위의 주장을 청취하고 광주시장이 공대위 간부들과 면담을 했지만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는 않았다.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을 추진단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시가 협상 테이블에서 중재에 나설 경우 국가사업에 간여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전당건립 주체인 문광부의 '문화중심도시 추진단' 은 "설계대로 전당을 짓고, 5. 18사적지 보존은 다른 방법을 통해 찾아야 한다." 며 맞서고 있다.

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은 최근시민대토론회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예정인 문화전당 개관은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5월 단체 등으로 구성된 ‘공대위' 는 문화전당 착공 직후인 지난 6월 말부터 현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공대위는 "별관을 철거하면 도청 앞쪽 건물의 대부분이 사라져 역사성, 상징성, 장소성이 훼손된다." 며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원형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별관의 벽돌 한 장이라도 드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5. 18기념재단' 관계자는 "추진단이 공사를 강행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고 말했다. 문광부는 문화전당 설계 때부터 5월 단체들의 동의를 받았는데 뒤늦게 발목을 잡는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시는 조만간 새로 구성될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통령 소속인 위원회 새 위원이 위촉될 경우 광주시민들의 입장을 모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지금껏 5월 단체들에 지지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부담스러운 사안인 만큼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이다. 건물의 보존보다는 향후 문화전당의 운영을 통해 5. 18정신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 별관을 철거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것도 창조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도청 전체를 보존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차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본관이 있으니까 별관을 철거해도 5. 18 정신을 얼마든지 남길 수 있다. 그리고 대다수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별관을 철거하고 빨리 건립되기를 바라고 있다. 별관을 철거하고 별관에 준하는 5. 18 정신을 더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姜元求 <행정학박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