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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기업 1급 관료들이 줄줄이 사표를 제출하고 있다. 그들이 재직 시 공사·납품 발주, 공금 횡령, 인사, 대출 및 자금지원 등 공기업비리의 온갖 유형의 온상으로 보는 시각으로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발표한 실제상황을 살펴보면, 지난 5월부터 공기업 비리를 중점 수사해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발표한 수사결과는 일부 공기업 직원들의 타락이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양상은 구조적이고 고질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그 양상을 몇 가지 소개한다.

▶공기업은 비리만물상

공사 및 납품발주 관련 비리는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공기업 비리 유형으로, 임직원들은 특정업체에 대한 공사 및 납품 발주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강원랜드 전 레저사업본부장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호텔증축공사'와 관련, 7억원을 받은 혐의가 적발됐다. 이 회사 전 시설관리팀장도 지난해 6월 '열병합발전 설비공사'와 관련해 86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또 토지공사 신도시계획처장 윤모씨, 가스공사 건설본부장 남모씨 등도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받은 금품을 상급자에게 상납하는 등 '먹이사슬'과 같은 강력한 비리구조가 고착화된 경우가 많았고 하청업체는 공사 및 납품수주를 위해 담당 임직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금품을 제공한 사례도 빈번했다고 설명했다.

각종 기금, 교부금 등을 다루는 부서 또는 국책 연구 사업을 수행하는 연구소 등지는 공금 횡령 관련 비리가 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기계연구소 에너지재료그룹연구장 유모씨 등 6명은 7년여 동안 허위물품 구매 요청서 제출 등 수법으로 연구비 27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또 근로복지공단 직원 하모씨의 경우 산재보상금 구상금, 체당금 회수에 따른 경매 배당금 1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각종 허위보고서 작성, 문서 위조, 허위 매출 계산서 제출 등을 통해 공금을 횡령했지만 견제·감시장치가 미흡해 이같은 범죄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인사 관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지방공기업에서는 인사 관련 비리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기도시공사 전 사장 오모씨는 부하직원으로부터 인사상 혜택 명목으로 41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부산시설관리공단 전 이사장 최모씨도 직원승진 대가 및 직원채용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됐다.

증권예탁결제원 경영지원본부장 김모씨 등 5명은 신규직원 채용 관련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전 국회의원 장모씨도 도로공사 간부 승진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공기업이 보수나 근로여건 등 측면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히면서 취업 관련 비리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채용점수 조작, 합격자 교체 등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공기업 및 각종 기금관리형 공기업은 대출 및 자금 지원 관련 비리가 주로 발생했다.

산업은행 여신감리실 3급 정모씨는 의료재단에 저리대출 알선 대가로 2억3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김모씨 및 아들은 군인공제회 자금 투자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됐다.

▶물 새듯 샌 국가보조금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국가보조금 유용비리 수사에서도 870억여원이 부당 지급된 사실을 확인, 80명을 구속 기소했다.

올해 국가예산의 11%(약 30조원)인 각종 국가보조금은 신청시 일상화된 허위서류 제출, 심사미흡, 사후 확인조치 미비 등으로 낭비 및 유용사례가 심각했다.

검찰은 연 매출 5000억원의 중견 자동차부품 전문 D그룹 회장의 경우 이미 개발에 실패한 기술을 신기술인 것처럼 개발하겠다며 산업기술평가원으로부터 '정부 출연금' 4억원을 받아 개인 세금 납부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석·박사 연구 인력을 고용한 것처럼 허위신고해 고용지원금을 받아챙긴 기업인, 기존 사내 근로자를 신규 고용촉진장려금 수급 대상자인 것처럼 허위서률 제출한 뒤 장려금을 받은 기업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