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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도도부현(都道府縣)이 47개 지역으로 나누어졌다. 우리나라 도와 같은 현(縣)이 있고, 현 아래 시정촌(市町村)으로 우리와 비슷한 3단계로 되어 있다. 지금 일본에는 시정촌이 대대적으로 통합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도와 같은 것이 성(省)이 있고, 성(省) 아래 시(市)가 있으며, 시 아래 구와 현, 현급시가 있다. 전라남도와 자매결연을 맺은 곳은 중국 절강성(浙江省)이며, 수도는 항주(杭州)다. 여수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항주시의 경우 여항구, 소산구 등이 있으며, 임안시나 부양시 등 현급시가 있고, 그 아래 동로현 등이 있다. 여수시의 인구는 30여만 명이지만, 항주시 인구는 여수의 20배가 많은 600만 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의 시가 보통 500만 명이라면 깜짝 놀란다. 하나의 도시로 이루어져야 할 순천시와 광양시가 순천대 이전 문제로 갈등에 휩싸였다. 광양시가 올 초 순천에 있는 순천대를 유치하려 하자 순천시가 반대하고 나섰고, 광양시는 공대 캠퍼스만 따로 지어 옮기는 작업을 추진했는데, 순천 시민들은 대책위를 만들어 공대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작년 9월 여수, 순천, 광양 시장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던 통합 논의가 물 건너간 것다. 시마다 같은 기반시설을 두는 게 아니라 크고 경쟁력 있는 시설을 지어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산학협력을 위해서라도 공대는 제철소가 있는 광양에 자리잡는 게 유리할 수 있다.

3개 시 인구를 합치면 70만 명이다. 세 도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남해안 개발의 중심에 있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통합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지금의 상황에선 산업체 유치나 산학(産學)연계효과 등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대도시들과의 규모의 경쟁에서 턱없이 밀릴 수밖에 없다.

금년 초부터 행정체제를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여의도를 중심으로 급부상하였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고, 모처럼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매우 높아 고무적이었으나 수면 밑으로 가라 앉았다.

행정구역 개편은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건가. 지방 행정단위를 현재의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여 행정의 효율성을 높여보자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당사자를 제외하고 이견을 가진 국민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현 행정체제는 1896년 조선 왕조가 8도를 확대 개편한 이래 100년 넘게 유지돼온 골격 그대로다.

유비쿼터스를 지향하는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이만저만한 시대착오가 아니다. 또 한반도가 1일 생활권이 되었다고 자부한 지 오래 되었고, 도시화율이 80%를 넘었다. 이제는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공간 개념이 사라지고 사회 또한 수평적 구조로 급변하고 있다.

행정체제를 간소화하면 행정서비스가 3개월 이상 빨라지고 예산은 수십조 원 절감될 것이란 추산이 나오고 있다. 행정개편 논의는 꽤 오랜 기간 논의돼왔다. 1980년대부터 행정개편 논의가 시작돼 2006년에는 정점에 이르렀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먼저 개편을 주장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호응해 국회에 특위까지 만들었으며, 특위는 논의 결과를 확정해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정부에 개편안을 이송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당시 잠정합의한 결론은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들이 공약해 국민적 동의를 얻고 2008년 임기 초에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왜 이렇게 지지부진했을까. 그 원인을 "'지역 이기주의 탓" 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방 행정단위가 줄어들면 당연히 지방 공직도 줄어든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물론 지방 공무원의 상당수가 자리를 잃게 된다. 구체적 이해관계가 걸렸기에 이들의 반대는 어쩌면 결사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획기적인 행정개혁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을 70여개 지역으로 나누는 것보다는 30여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본다. 광주 전남의 경우, 광주권, 순천권, 목포권 3곳으로 만들면 될 것이고, 인구는 평균 200만명 정도는 되어야 국제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