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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09년 새해에 접어들었다. 특히 금년은 지난해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지 새해의 소망을 빌기 위한 해맞이객의 행렬이 정동진과 호미곶을 비롯한 전국 유명의 해돋이 명소에 길게 이어졌다고 한다.

정말 그들의 소망이 모두 이루어짐으로써 우리 모두가 활짝 웃는 그러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정초(正初)부터 우리에게 전해져 오는 정치권의 뉴스는 우리에게 우울함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를 여․야간 대립으로 인해 허송세월로 보낸 까닭에 그때 처리하지 못한 수백 개의 법안 심의를 두고 또 한번 의 싸움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9월부터 시작하여 연말에 끝나는 120일간에 달하는 정기국회의 주임무는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그리고 기이 제출된 법률안에 대한 충분한 심의 등 세 가지이다.

따라서 정기국회 동안에 법안심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이는 국회의원 스스로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될 것이며 이 경우 공무원들이라면 징계사유에 해당되고도 남을 일이다.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판의 주된 요인은 법률안에 대한 여․야간의 시각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제출 된 법률안에 대한 시각차이가 여․야간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이기적인 것인가, 아니면 어떤 길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인가 하는 대승적인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만약 국민의 입장에서 이들 법안심의에 접근한다면 문제는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사생결단의 투쟁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국민들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은 이른바 쟁점법안 보다는 오히려 비(非)쟁점 법안들, 즉 민생관련 법안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첨예한 대결에서 벗어나 여․야간 협상을 통해, 지금 시급히 통과시켜야 할 법안과 보다 신중한 논의와 협상이 필요한 법안을 가려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선후완급을 가려내는 일이 여․야만의 협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면 학계, 경제계, 시민단체 등의 대표들을 참여시킨 제3자적 입장에서 객관적 의견 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시도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우리 국회가 그 구조와 생리로 보아 제3자의 중재가 없는 가운데 여․야간의 대화만으로 효율적인 의정을 수행할 능력을 상실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하여 여․야를 초월하여 그 해결책 모색에 골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하면,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그 정부 구성에 대선과정에서의 라이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공화당 인사까지를 포함한 거국내각을 구성함으로써 ‘국민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대통합의 정치’가 미국에서는 가능한 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이른바 정치적 엘리트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 보다는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먼 훗날의 역사적 평가보다는 현재의 이해관계에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의 열쇠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만을 우선처리하고 쟁점법안을 차후에 다시 논의하도록 정치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만약 의회의 독립성을 내세워 한나라당에 정국책임을 전가한다면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정국해소의 책임은 민주당에게도 있다. 지금과 같은 강경 대치로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부디 기축년 새해에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오수열 (조선대 교수․한국동북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