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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己丑)년을 맞이하여 독자 분들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에는 어짐(仁)이 적다하셨다. 요즘 국회의원들의 말들이 교묘하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각료들의 얼굴빛은 아첨하는 빛이 역력하다.

지금 우리는 경제 불황의 어려움 때문에 온 국민이 한 숨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다. 국가도 얼마나 어려웠으면 금년도 공무원들의 보수를 동결하게 까지 되었는가! 결코 잘 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직자들이 현실의 어려움을 국민과 더불어 나누어 보자는데 뜻으로 짐작되어, 위정자의 용단에 박수를 보내고 공직자들에게는 무한한 위로를 해 주고 싶다. 우리는 10년 전 IMF를 만났을 때, 온 국민이 장롱 속에 넣어둔 금붙이를 팔아 위기를 모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농지기로 보관해 온 보물들을 국가의 명운을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힘을 합친 것은 ‘멋져버렸다’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요즘 유행어가 3부재(不在) 시대라는 말이 있다. 겨울 가뭄이 심하여 댐이나 저수지에 물이 없고, 경제가 어려워 서민들의 주머니에 돈이 없고, 인재가 없어 국정운영에 어려움이 크다는 말인 것 같다.

유행어처럼 물이 부족하다면 봄철 농사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저수량은 30%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이대로 가뭄이 계속된다면, 금년 농사의 파종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대적인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기상예보는 믿을 수 없다. 이제부터서라도 식수를 줄여서라도 농사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금융위기의 현 시점에서 국정운영에 책임을 맡고 있는 국회의 모양새가 매우 언짢기만 하다. 집권당이나 야당 모두는 만화에 나오는 똘이와 같이 잘난 척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가득이나 경기가 불안하여 온국민들이 우울해 있는데, 민생법안이 전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더 이상 국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여당의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일주일이 넘도록 단상을 점거하고 몸에는 등산용 밧줄을 착용하여 동료 의원들과 한 몸이 되어 황소처럼 힘을 써 보겠다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어이가 없게 보인다.

반면에 여당은 왜 야당의원들의 심리를 폭력으로 유인하는지도 알 수 없다. 지나친 고집, 지나친 반대, 그리고 누가 이기느냐는 국정운영의 묘안이 아니다.그리고 경제 불황의 타결 책은 더더욱 아니다. 사실 현실의 국정 운영은 제로 이하의 모습이다. 그러기에 유행하는 말과 같이 인재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기도 한다.

리더의 무능이나, 리더의 아집(我執)은 특출한 대장군의 역할을 할 수 없다. 더욱이 리더를 따르는 군졸들 중 공명이 없으니, 인재부재라는 말이 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의 말씀대로 어진 마음이 없고서는 아첨이나 말장난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떠도는 말대로 인재가 없고, 돈이 없고, 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그냥 듣고 넘길 말은 아닌 것 같다. 어려울수록 협력의 미덕이 필요하다 .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가 잘 해보자는 의미로 생각해 보겠지만, 새해가 되었으니 어진 마음을 가지고 아첨보다는 직언(直言)이 필요하고, 말의 기교보다는 실천이 필요하다는 공자의 말씀대로 국민의 마음에 희망을 주는 기축년이 되기를 바라는 생각이다.

서길웅 <서강 전문학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