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난장판이란 오명을 썼던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여야 타협을 이끌어 낸 뒤 20여 일만에 겨우 정상화됐습니다. 오늘부터는 다시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남은 비쟁점법안의 처리에 들어가고 이어 2월 임시국회에선 쟁점법안의 합의처리를 위한 심의를 벌입니다. 극한 대치와 점거농성이 풀리고 각 상임위가 정상가동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남은 임시국회 역시 안개 속입니다. 이번 합의는 쟁점법안 처리를 연기한 것에 불과해 제2의 입법전쟁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쟁점법안의 처리 방식과 시기에 대해 미봉에 불과한 모호한 합의를 함으로써 벌써부터 협의처리와 합의처리에 대한 제각각의 해석으로 논란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야당과의 합의가 추인된 뒤에도 야당에 끌려갔다는 지도부 책임론이 커지고 당직자가 사퇴하는 등 내홍이 일고 있습니다.

이같은 여당의 무기력한 모습이 계속된다면 앞으로의 임시국회에서도 다수당의 리더십이나 대야 조정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듯 단순히 야당의 폭력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오늘의 사태가 왔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당 내분이 아니더라도 한나라당은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법안의 내용과 입법의 불가피성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과연 얼마나 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여론의 힘을 얻었다면 아무리 야당의 극렬한 반대가 있었더라도 법안 처리의 정당성을 얻었을 것입니다.

이번 여야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놓고 야당인 민주당은 승리감에 도취된 모습입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정말 민주당에 박수를 보낼까 되돌아 볼 땝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국제적 냉소를 받게 만든 폭력사태에 대해 자성을 못할지언정 그렇게 함박웃음을 보일 일인지 국민들의 눈엔 안쓰럽기 짝이 없습니다. 승리의 웃음을 지을 때가 아니라 책임 있는 국정 파트너로서의 민주당의 변화를 보여줘야 할 땝니다.

여야는 모두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임시국회에서도 험로가 예상되지만 여야는 모처럼 이룬 합의 정신을 민생법안 처리로 이어가야합니다. 그리고 쟁점법안 처리에 있어서도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들이 바라는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땅에 떨어진 의회주의의 기본을 바로 세우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입니다. 참다못한 시민단체들도 관련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리력을 앞세우는 의사당 폭력만은 이 기회에 걷어내겠다는 의지로 여야는 제도적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새해 희망을 주는 국회를 보는 것이 국민들의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