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 정권 ‘김안로의 물갈이’ 닮나 | |
| 입력시간 : 2009. 01.15.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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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선덕여왕에 대해 김부식은 ‘삼국사기’ 사론(史論)에서 ‘여자가 왕으로 있고도 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선덕여왕이 재위14년(645) 황룡사9층탑을 완성했는데 1층은 일본(日本), 2층은 중화(中華)… 9층은 예맥(濊貊)이란 식으로 주변 9개 나라를 진압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한다.
선덕여왕은 9개국 복속이란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해 폐출당한 진지왕의 손자 김춘추와 가야제 김유신 등 사회 비주류를 과감하게 중용해 통일의 초석을 놓았다.
태조 이성계도 떠돌이 지식인이었던 정도전을 중용해 개국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세종실록’ 5년 11월 초에 황희석의 가인(家人 : 노복)으로 기록된 박자청을 발탁했다. 궁문(宮門) 입직(入直) 군사였던 박자청이 태조의 이복동생 이화가 임금의 명령 없이 입궁하려는 것을 구타당하면서까지 막자 정4품 호군(護軍)으로 발탁한 것이다.
태종은 박자청이 건축에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을 알고 재위8년(1408)에는 공조판서로 승진시켰다.
정도전이 서울을 설계했다면 건축은 박자청이 했다고 해야 할 정도로 대부분의 도성 건물은 그의 손을 거쳤다.
인재(人材)는 학식·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고, 인재(人才)는 재주가 놀라운 사람을 말하는데 궁합이 맞았던것. 세종은 즉위년(1418) 8월 그를 종1품 의정부 참찬까지 승진시켰는데, 노비출신이 1품까지 올라간 것이니 조선 초의 실용정신을 짐작할 수 있다.
‘세종실록’의 사신(史臣)은 박자청에 대해 “미천한데서 일어나 다른 기능없이 다만 토목공사를 감독해 지위가 재부(재상)까지 이르렀으니 중의(衆意)를 누를 수가 없었다”라고 비판했지만 ‘중의’는 천출이 재상이 된 데 대한 사대부들의 시기심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선덕여왕과 태조·태종·세종의 인사관은 현 시대에 많은 교훈을 준다. 혜강 최한기가 ‘선인문(選人門)’에서 “만 마디 말로서 백성에게 선(善)을 권하는 것은 한 사람의 현인(賢人)을 천거해 선을 권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듯이 참신한 인재 발탁 없는 분위기 쇄신은 불가능하다.
한데 이명박 정부는 한심하다. 분위기 쇄신이고 참신한 인재등용이고 간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물갈이를 시도 중이라 관가가 뒤숭숭하다. 이렇다보니 전횡이라는 낱말이 떠오른다. 비위에 안맞는 교사들을 무더기로 자르더니 이제 고위공무원들 차례가 된 모양이다.
호령 한 마디면 산천초목도 벌벌 떤다는 권위주의가 부활 중인가. 임면권을 가지고 세상을 희롱한 권력자들이 조선시대에도 여럿 있었다.
중종·명종 대 남곤·심정·이기·윤원형 등이 그리했다. 더 놀라운 이는 김안로이다. 그는 심약한 중종을 구중궁궐 한쪽에 밀쳐놓고 공포정치를 했다. 제법 입바른 소리를 하는 것처럼 굴면서 세상을 속이려 들었다.
썩은 선비를 몰아내고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기묘사화 때 희생된 조광조 등을 복권시키겠다는 김안로의 주장을 듣고 선비들의 가슴은 뭉클했다.
그들의 성원에 힘입어 김안로는 요직을 차지했다. 하지만 조정의 인사권을 거머쥐자 본색을 드러냈다.
나라의 중대사를 제멋대로 차지하면서도 늘 공론을 핑계댔다. 그는 아부꾼들로만 조정을 가득 채웠다.
자신과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른 사람은 반드시 오명을 씌워 내몰았다. 이를테면 낙하산 인사와 보복 인사의 선구자였다. 이명박 정부의 아첨꾼과 청와대는 이를 닮지 않기 바란다.
고운석 <시인. 남발협회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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