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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대한 느낌은 오감(五感)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본적인 맛은 짠맛, 단맛, 신맛, 쓴맛으로 미각세포에 의해서만 감지될 수 있다. ‘맛있다’ ‘ 맛없다’고 할 때 맛의 감각에 그 때의 기분 등 심리적 요소가 더해진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구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요리의 맛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는가. 혀끝에서 감지되는 섬세한 감각은 개인차이가 있는 것을. 빨갛게 갓 버무린 김치와 밥알이 동동 뜬 식혜는 시각을 유혹한다.

아삭아삭, 사각사각, 자글자글, 파지직 등의 소리는 청각을 자극하는 맛의 소리이다. 골목어귀까지 마중 나온 된장국 냄새, 군고고마 익는 냄새, 고소한 기름냄새는 후각을 예민하게 한다.

짭쪼롬한 장아찌, 매콤새콤한 생선회 무침, 쌉쌀한 꼬들배기 김치, 독하게 떫은 땡감은 혀의 감각을 열어 미각을 유혹한다.

맛은 우리의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 화가 날 때 쓴맛나는 음식을 먹으면 가라앉고, 긴장해 있을 때 단맛 나는 음식을 먹으면 풀리고, 신맛나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살아난다.

소량의 쓴맛은 음식에 깊은 맛을 주어 맛있게 하는 효과가 있고, 짠맛은 다른 맛을 증강시킨다. 신맛은 긴장감이나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단맛은 농도와 상관없이 맛있다고 느끼게 한다.

맛은 온도에 따라 느껴지는 강도의 차이가 있다. 단맛은 음식물이 체온에 가까운 온도일 때 가장 강하게 느껴지고, 짠맛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증가하고, 쓴맛은 체온보다 낮을 때 급속하게 증가하고, 신맛은 거의 모든 온도에 느낌이 일정하다.

예일대 의대 '린다 바르토석' 교수팀은 미각의 차이를 연구한 결과 여자는 남자보다 미각이 발달해 있고,. 여자들은 쓴맛에, 남자들은 단맛에 민감하고 하였다. 여성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쓴맛을 더 잘 느끼게 되고 특히 임신 중에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쓴맛을 내는 물질은 어느 정도 독성이 있다. 여성이 임신 중에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쓴맛에 더 민감하게 진화된 것으로 추측한다.

예술가들에게는 미식가가 많다. 섬세한 미각은 맛있는 음식을 식별하는 능력 뿐 만이 아니라, 감성과 미적인 기초를 다지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일생에 120여명의 여자와 사랑을 나누었다고 하는 카사노바는 쾌락을 숭배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듯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미식가였다. ‘ 관능의 폭발지점’을 음식에서 찾았고 ‘ 맛있는 유혹’으로 아름다운 여성의 사랑을 얻었다. 그의 요리는 쾌락의 요리였고 사랑을 부르는 세레나데 보다 더 가깝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기로 지칠줄 모르는 스테미너 원천이기도 했다.

감각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섬세한 감각을 지니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자기 형편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었으며, 작업실은 꽃향기로 가득 채웠고, 파티에 섬세하게 조각된 요리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아무리 간단한 음식이라도 예술적으로 차리려 했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세기를 풍미한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사랑하고 먹는 즐거움을 인생의 메인코스로 생각했었다. 음식의 맛은 정성의 맛이요, 만드는 기술은 감정과 경험이 녹아들어야 깊은 맛이 난다고 한다. 맛의 비밀을 아는 것은 음식을 즐겁게 먹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