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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피는 곡우 무렵은 도미가 도톰하게 살이 올라 가장 맛있을 때이다. 도미(돔)는 잘생기고 맛도 으뜸인 생선으로 옛부터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나 사돈집에 보내는 이바지 음식으로 많이 썼다.

옥돔은 농어목 옥돔과에 속한다. 온대성 어류로 새우?게?오징어 따위의 바다에 사는 저서동물을 좋아한다. 서시장소에서 멀리 이동하지 않으며, 낮은 곳에 몸을 숨긴 채 머리만 내놓고 혈거생활(穴居生活)하는 독특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담백한 맛과 독특한 향을 지닌 도미는 종류가 무척 많은 생선으로 참도미, 줄도미, 옥도미, 검정도미 등이 있다. 맛이 가장 뛰어난 것은 봄철에 분홍빛을 띤 참도미이다.

일년 내내 상에 오를 수 있지만 산란기인 봄철에 가장 맛이 좋다. 겨울잠에서 깬 도미는 알을 낳기 위해 새우, 낙지 등을 왕성하게 먹어 도톰하게 살이 올라 가장 영양이 풍부하고 맛 또한 좋다. 산란기가 끝난 오월에는 몸이 야위어서 ‘오뉴월(음력) 도미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푸대접받는다.

검정도미는 껍질이 검어서 흑돔 혹은 감숭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살이 단단하고 껍질이 상당히 질긴 편이다. 회나 소금구이로 많이 쓰인다. 예쁜 줄무늬를 가진 돌도미는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고, 단맛이 많은 옥도미는 구이나 조림용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제주도 특산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선 제사상에 올라가는 귀족어종으로 아기를 낳았을 때도 아들을 낳아야만 옥돔 미역국을 끓여 주었다.

도미는 단백질, 무기질은 많고 지방은 적어 담백하고 소화성이 좋은 식품으로, 환자의 보양식으로 죽을 쑤어 먹는다. 깊은 곳에 사는 도미는 강한 수압을 받아 수분이 적고 살이 단단하다. 육질에 축적된 이노신산의 분해속도가 느려 선도가 떨어지더라도 맛의 변화나 중독성이 적은 식품이다.

도미의 눈에는 비타민B1이 풍부해서 강정식으로 알려져 있고, 껍질에는 B2 가 많으므로 버리지 말고 먹는 것이 좋다. 도미머리 맑은 국이나 도미머리 소금구이는 맛과 영양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어두일미(魚頭一味)라는 말이 맞는 듯 하다.

도미는 어떻게 조리하든 맛이 좋아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모양을 그대로 살린 찜이나, 막 잡아올린 놈으로 뜬 회, 물회는 쫄깃쫄깃하여 입에 척척 붙는다.

물회는 제주도 향토음식인데 비늘을 긁어낸 후 파와 마늘을 넣고 식초를 탄 냉국이다. 다른 점은 초고추장이나 간장을 쓰지 않고 된장으로 간을 맞춘다. 바다에서 물질하고 돌아온 해녀들이 조리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만들었던 음식이 향토음식이 된 것이다.

싱싱한 도미의 배를 따서 꼬들꼬들 말린 다음 배 쪽에 참기름을 발라 구운 구이는 별미이다. 전골이나 탕도 맛있는데 미나리나 쑥갓 등 향기로운 채소를 넣어 맑게 끓여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조선요리학]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조 성종 때 오랑캐가 함경도 일원을 자주 침입하여 무고한 양민을 괴롭혔다. 조정에서는 허종(許琮)에게 국경을 수비하게 하여 허종이 군사를 거느리고 의주에 도착하였다.

그곳 백성들은 그를 환영하여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여 음식이름을 물었다. “이 도미 음식은 장군을 위해 처음 만들어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하였다. 술과 기녀를 좋아하기로 이름난 허종은 그 말을 듣더니 “이 도미 음식의 맛이 훌륭하여 술과 기녀보다 몇 배 낫다.” 하였다. 여기서 기생보다 더한 즐거움을 준다하여 도미탕에 승기악탕(勝妓樂湯)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풍족한 어시장이 있는 로마인들은 생선을 무척 좋아하고, 생선의 사치도 즐겼는데 부유한 세르기우스 가문에서는 도미에게 최상급의 굴을 먹여서 길렀다. 일본사람들은 도미를 생선중의 왕으로 치고 있으나 서양사람들은 도미를 천한 생선(賤漁)으로 여긴다. 프랑스인들은 탐욕스런 상놈 생선이라 하고, 영국인들은 유태인이나 먹는 생선이라고 말한다. 맛은 주관적인 것이나 요리와 미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식품들은 지구 곳곳으로 여행한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