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벌로서의 사형제도와 법의식 | |
| 입력시간 : 2009. 03.20.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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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폐지론은 신이 주신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국가가 박탈한다는 것은 신의 질서에 반한다는 것에서부터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오판의 위험성과 정치적 악용에 의한 폐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사형은 범죄로부터 사회방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필요악이라는 것에서부터 흉악범에게 과하는 사형은 일반국민의 법적확신이자 정의관념에 부합한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사형존치론의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 대법원은 “(사형이)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였고, 헌법재판소 또한 사형의 합헌성을 인정하고 있다.
제17대 국회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여야의원들이 사형폐지법안을 제출한 바 있었고, 최근 법률신문이 국내 헌법학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66.7%가 사형집행을 반대하고, 63%가 사형제도의 폐지를 찬성했으나,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64%가 사형제도에 찬성한 것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제도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원래 형벌은 응보와 보복이라는 동해보복사상에서 출발하였다. 형사법적으로 유명한 탈리오의 법칙인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라는 말은 고대 함무라비 법전이나 성서에도 나오는 말씀이고(출애굽기 21:24), 성서속의 하느님도 물이나 불로 죄지은 인간들을 멸하시거나(노아의 방주, 소돔과 고모라) 사람을 죽인 자는 반드시 죽이라(출애굽기 21:12-14)고 하지 않으셨던가?
범죄에 대응한 형벌로서의 사형제도는 궁극적으로 국가형벌권이 어디까지 미쳐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법철학적 영역에서부터 국민들의 법감정과 인권, 종교, 문화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어 어느 것이 반드시 옳다거나 그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선량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를 침해하는 행위자의 처벌로서의 제한적인 범위에서 인정되는 사형제도는 결코 반문명적이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9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사형집행이 없어 작년부터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의 반열에 올랐는데, 공교롭게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지난 11년 동안 살인범죄가 32% 증가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는 129개국이고 62개국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르지만 일부 주에서는 사형을 폐지했다가 다시 부활시키기도 했고, 일본에서는 작년에 18명의 사형을 집행한데 이어 금년에도 4명의 사형을 집행했다고 한다.
인권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결코 미국이나 일본을 앞서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므로 사형을 집행한다고 하여 반드시 인권후진국가라거나 반문명국가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범죄인의 생명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생명과 그 가족의 인권도 고귀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더욱 그러하다.
사형제도의 폐지는 어떠한 형태의 범죄를 저지른다 하더라도 국가가 절대적으로 범죄자의 생명을 보장한다는 것이 되어 반인륜적, 반인류적 흉악·엽기범죄의 잠재적 억지력이나 인명존중의식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고, 사형을 선고받을 정도의 반사회적 흉악범의 목숨을 살려두는 것이 과연 문명국가의 법질서가 추구하는 정의에 반드시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형벌이 범죄의 예방이나 억지에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하여 형벌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형벌로서 사형제도가 필요악으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사형은 최대한 억제되어야 할 것이므로 차제에 사형제도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함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종신형과 같은 형벌제도의 채택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승완 <조선대 법대교수>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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