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벌교 장좌리 마을에 경사가 생겼다. 주민들의 염원이었던 상당 산신 탱화가 안치되기 때문인데 800여년이 내려오는 동안 당산(신당)에 산신도가 없었던 점에 비춰보면 3월 29일 오전 10시 점안식은 남다른데 가 있다.

흔히 호남.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당산이라 부르는 신당의 경우 그 안에 신상 그림이 모셔져 있거나 나무로 위패를 모시는 경우가 있고 흔하지는 않지만 옛날 형식으로는 방울이나 서낭대, 신깃발 들도 모셔진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장좌리 마을엔 그동안 당산을 나타내주는 특별한 장신구들이 없었던 것은 물론 3년 전 기존의 낡은 당산(신당)을 허물고 새 당산을 만든 이후에는 더더욱 밋밋해 마을 주민들의 고민은 더했다고 한다.

그동안 실존인물을 상당에 모셨다는 점도 이런 분위기에 한목 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와 때를 같이해 최근 장좌리 이동석 이장이 제기한 당산의 상당에는 실존 인물보다는 마을 산신(수호신)을 모시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는 주장이 주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중당의 경우에는 실존인물이지만 상당에는 산신을 모셔야 한다는 의견으로 산신도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지난 3월 초순, 이런 주민들의 염원을 우연찮게 접한 낙안 벽옥사 진성스님은 벌교 일초당약국 정철회 약사, 지역사회단체 박동훈 고문, 남도TV 서정일대표와 함께 장좌리 상당에 산신도 희사의 뜻을 밝혔고 20여일 제작 끝에 25일, 장좌리 마을에 산신도가 도착해 점안식을 기다리게 됐다.

벽옥사 진성스님은 “산신도가 고가이지만 시주(후원)인들이 있어 어렵지 않게 일이 성사됐다”면서 후원인 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이것을 계기로 마을과 마을주민들의 무사 안녕도 함께 기원했다.

그런데 이번 산신도 기증에 중추적 역할을 한 진성스님의 경우, 조선초기의 문신으로 1452년 단종 즉위와 함께 우의정에 올라 김종서,·황보인 등과 함께 단종을 보필하다가 1453년 수양대군이 주도한 계유정난으로 관노로 낙안(樂安)에 안치된 후 사약을 받은 애일당 정분의 직계 후손인데 그 애일당 정분이라는 분이 장좌리 마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그가 계유정난으로 낙안 땅에 유배 왔을 때 이곳 장좌리 마을의 당산제(농악)를 보고 탄복해 당시 낙안 군수였던 이인을 통해 왕에게 상소해 세상에 크게 알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25일, 산신도 탱화의 모든 제작이 끝나고 29일 점안식을 갖게 된 것이다.

한편 마을주민들과 준비위원들은 다시 찾은 당산에서의 즐거운 담소는 산신도가 제작된 묘한 인연과 더불어 오랜 세월동안 빈집을 드디어 꾸미게 됐다는 뿌듯함이 배어있었다.

출처 =남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