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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일본 오사카 북쪽 미야코지마구(區)에 있는 한적한 주택가. 자그마한 창고 앞에서 수출용 문구류를 선적하느라 한창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역사가 깃든 전통 료칸(旅館)처럼 보였다.

이곳이 지우개 관련 특허로 전 세계를 재패한 지식재산의 산실이라는 점은 외부에선 알기 어려웠다.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마루 바닥을 지나 사무실로 들어가니 벽에 가득 찬 표창장들이 눈길을 끈다. 대부분 지식재산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내용이었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지우개만 만들며 조용히 세계를 뒤흔든 기업 시드(Seed) 첫인상은 이랬다.

1915년 창업한 이 회사는 30여 년 주기로 지우개 역사를 새로 창조해온 기업이다.

세계 첫 플라스틱 지우개, 세계 첫 수정테이프, 세계 첫 재생지 변환기계 등 이 회사 발명품들은 시대마다 변화를 이끌어왔다.

라이선싱해 생산한 제품을 포함해 수정테이프 누적 생산량은 200억개에 달한다.

니시오카 야스히로(西岡靖博) 시드 사장은 "95년간 지우개 제조라는 한 우물만 팠다"며 "중소기업은 특허를 취득하고 지키는 데 부담이 크지만 언제나 지식재산권을 중시해온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 직원 수는 고작 90여 명. 그러나 지식재산 담당팀을 따로 두고 있다. 60~500엔(640~7000원)짜리 제품을 팔지만 연간 20억엔(약 28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

이익률은 7% 로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기업의 전형이다. 이렇게 탄탄한 실적을 거두는 밑천은 바로 특허료다.

지난 24일 방문한 닛산(日産)자동차 도쿄 본사. 국내에도 소개된 인피니티 EX35 차종에 장착돼 호평을 받은 360도 `어라운드 뷰 카메라(Around View Camera)`에 대한 응용 연구가 한창이었다.

이 카메라는 차량 내에서 외부 주변 360도를 다 관찰할 수 있는 카메라다. 주차 편리성은 물론 안전운행에 새 지평을 열었고 수많은 특허로 무장한 닛산만의 기술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세계 각국이 지식재산을 이익 창출원으로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반덤핑을 통한 미국 무역제재는 1998년 이후 연평균 2% 감소했다. 그러나 특허 침해를 근거로 한 수입금지 결정은 연평균 15% 증가했다. 일본은 2005년 지적재산고등재판소를 설립하고 지식재산권 위반 사항에 대한 통관 조사를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김경수 주일본대사관 상무관은 "일본은 2002년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주도해 국가 차원에서 지식재산권을 통합 관리해나가는 정책을 도입해 지식재산만이 불황 속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국가 차원에서 특허 관리 등을 위해 `국가지식재산권전략강요`를 만들었다.

고정식 특허청장은 최근 한 중견기업이 일본과 특허 분쟁을 겪으며 소송비용으로 360억원을 지출한 사례를 들며 "세계는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특허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