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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부귀를 가진 자들은 용처럼 다투고 영웅들은 호랑이처럼 싸운다. 냉정한 눈으로 이를 바라보면 마치 개미떼가 비린내에 모여들고 파리떼가 다투어 피를 빨아먹는 것과 같다.

시비(是非)가 벌떼처럼 일어나고 득실(得失)이 고슴도치 털처럼 일어나도, 냉정한 마음으로 이를 대하면 마치 풀무가 쇠를 녹이고 끓는 물이 눈을 녹이는 것과 같다. 한데 그렇지 못하니 권력투쟁에는 최고의 승진과 멸망 사이의 중간 과정이 없다. 선조(宣祖)이래 400년이 넘도록 계속돼온 우리 당쟁의 뿌리는 부끄럽게도 양반들의 ‘밥그릇 싸움’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사류 김효원과 심의겸의 벼슬자리 싸움에서 시작된 4색 당쟁은 이후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훈서와 청서, 노론과 소론 등으로 파가 갈렸다. (지금도 여⦁야 할 것 없이 파보 계보가 자리하고, 자기 사람 챙기기에 혈안이지만)마치 가계수(家系樹)처럼 복잡한 이런 당파는 아마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을 것이다.

새삼스럽게 당파를 들춰본 것은 오늘날 우리의 정치판이 사색 당쟁시대를 연상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승만과 장면 정부시절과 특히 3金시대는 조선의 사색당쟁을 능가했다. YS와 DJ의 만남은 1980년 ‘5월의 봄’으로 불린 5월 16일 이후 약 5년 만이었지만 권력욕과 당파로 갈려 곧 등지고 말지만, YS와 DJ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전두환 대통령이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3김씨에 대한 연금을 풀어줬기 때문이다. 전 대통령은 1988년 6월 30일까지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던 14명을 모두 해금(解禁)했다. 이들은 1980년 11월 24일 정치활동 금지가 확정된 567명 중 핵심 인물이었다. 그 동안 세 차례 해금조치가 있었지만 전 대통령은 3김씨를 포함해 이후락 전 대통령 비서실장, 오치성 전 내무부 장관, 김상현 김명윤 구 신민당의원, 김덕룡 민추협 운영위원(YS비서실장)등 14명은 정치활동을 못하도록 묶어놓았다.

하지만 군사정권도 민의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1985년 2⦁12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민정당은 간신히 과반 의석을 넘겼다. 총선을 불과 20일 앞두고 3차 해금자 중심으로 창당한 신한 민주당은 주요 대도시에서 압승을 거둬 국민당을 제치고 제 1야당으로 부상했다.

이날 새벽 4시 반경에는 DJ집에서 30m 떨어진 길가에 설치돼있던 높이 4m, 길이 20m의 녹색 장막이 철거됐다. 건축용 철재에 천을 씌워 만든 이 장막은 DJ집 부근 11곳에 설치돼 있던 경비초소도 마포경찰서 전경들이 이날 철거했다.

YS의 상도동 집 주변에서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막아오던 경찰 200여명도 모두 철수했다. 이날 두 사람의 회견 요지는 민주화 투쟁과정에서는 물론 민주화가 달성된 후에도 협력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987년 12월 대선에서 두 사람은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채 함께 출마했다가 노태우 후보에게 패배한다.

YS는 1993년에 대통령을 하고 뒤이어 1998년에는 DJ도 대권을 거머쥐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불편한 앙숙 관계로 남아있다. 그런데 18대 낙천의원 중 한나라당 친 이명박계는 ‘낙천자 배려’로 한자리씩 차지하고, 친 박근혜계는 소외받고 있다.

이렇다보니 친박계가 속이 끓고 있고, 경북 경주 재선거를 앞두고도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민주당은 ‘정동영 공천배제’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탈당 전주 덕진에서 4⦁29 재선거에 출마해서 결국 금배지를 달게되어 신당쟁이 나타나고 있다.

고운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