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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외국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가 말하길 “서울과 광주를 다니면서 광주를 비교하지 않았지만, 부산을 다니면서 광주가 너무나 초라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라는 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광주 전남은 영남지역과 달리 지나치게 발전을 할 수 없는 원인이 지루한 다툼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맞는 말이면서, 한편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지역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안 해도 될 일은 어거지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광주 전남이 못사는 일만 하는 것 같았다.

제일 먼저 안 해도 될 일은 전남도청 이전이었다. 광주 전남 시도민이 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힘으로 밀어 부친 것이 제일의 잘못이었다.

두 번째 무안공항 이전이었다. 이것도 김대중 정부 시절 밀어붙여 일명 ‘한화갑공항’이라 부른다. 광주공항의 국제선을 빼앗아 가 호남권의 국제화가 완전히 고립되어 버린 상태가 되었다.

이것에 대한 책임은 국회의원인 이용섭 전건교부장관이나 박준영 전남지사도 책임을 모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 번째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문화전당이다. 세계적인 문화전당이라면 앞이 툭 터 있어야 하며, 자질구레한 건물이 앞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중요하다 하더라도 발전에 장애가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원칙이다.

일본 히로시마(廣島)의 평화공원은 원자폭탄이 터진 자리로 일본인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한국인들도 너무나 억울하게 희생된 곳이다. 그 공원 한 가운데에는 평화를 기리는 불꽃이 타고 있다. 그 때를 상징한 4층 건물 꼭대기에 돔으로 형성된 것에 철근만 보인다.

당시에 많은 건물이 있었지만, 그 중에 대표적인 건물 하나만 보존된 것을 볼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부지에 포함된 옛 전남도청 별관의 철거 여부를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도청 별관 철거 문제와 관련, 시민대토론회에서는 5. 18 근거지로서 역사적 장소인 별관을 원형 보존하자는 주장과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철거하자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5. 18 단체로 구성한 '도청보전을 위한 공동 대책위원회' 측은 5. 18 당시 “시민군이 진압군을 향해 처음으로 발포한 역사적 장소로 원형을 보존해야 하는 만큼 설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추진단은 해체 뒤 건물 파편을 전국에 분산 보존, 랜드마크에 해체된 별관의 역사성 표현, 본관 내부에 별관 축소모형(縮小模型) 전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건물의 보존보다는 향후 문화전당의 운영을 통해 5.18정신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

별관을 철거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것도 창조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도청 전체를 보존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차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도청 본관이 있으니까 별관을 철거해도 5. 18 정신을 얼마든지 남길 수 있다. 광주지법이 지난 10일 추진단이 5.18 단체를 상대로 낸 공사방해금지 및 방해물 수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사업이 적법 절차를 어겼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이들 단체의 의견이 광주시민을 대표하거나 사업 추진 방향에 관여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 며 추진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우리는 별관 철거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은 이젠 접을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철거와 보존 논쟁만 되풀이하는 사이 문화전당 건립공사는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별관 철거를 놓고 심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지역 내 갈등도 큰 문제다. 최대 경제위기 속에 광주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현안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서로 티격태격하는 우리의 모습을 타지역민이 바라보고 있다. 오히려 이렇게 싸우고 있는 것을 고소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대다수 시민들은 별관을 철거하고 빨리 건립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모르지만, 다른 지역사람들은 우리를 좋은 인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전남도청과 무안공항 이전은 하지 않았어야 할 일이며, 도청별관을 철거하고 문화전당을 건립해야 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이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동신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