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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치러진 재보궐 선거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심한 내홍에 휩싸여 있다. 특히 ‘경주’라는 안전지대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0:5라는 참패를 면치 못한 한나라당의 사정이 더욱 심할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1961년 5, 16 군사 쿠데타 이후 30여년간 권위주의적 정당정치를 경험해온 세대들의 입장에서 보면 요즘 한나라당의 모습은 전혀 집권여당의 그것과는 전혀 딴판이란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지난날 집권여당은 의사결정의 신속함과 그 집행과정에서의 일사불란함을 특징으로 하였고, 당무 처리과정에서는 상명하복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당시는 현직 대통령이 당의 총재를 겸하고 있었고, 특히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이 국회를 포함한 국정 전반에 직,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때였으니 모든 여건과 상황이 지금과는 딴판이었다.

반면에 지금은 당정분리(黨政分離)가 제도화됨으로써, 대통령의 집권여당에 대한 통제력이 예전과 같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회의 정치문화 또한 엄청나게 변화한 까닭에 정치과정에서의 일사불란함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필자 또한 정치과정에서의 일사불란함보다는 다양한 의견의 존재와 그 가운데에서의 수많은 토론을 거친 의사결정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이 곧 ‘정치발전’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일정 정도의 한계와 금도(襟度)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 여당이 지나치게 혼란에 휩싸이게 되면 그것은 곧 국정의 혼란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것은 곧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겪고 있는 혼란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외부적으로는 당청분리(黨靑分離)를 내세우며 당무에 간여치 않겠다는 입장인 반면, 당대표를 비롯한 당의 지도부는 자생력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표면적으로는 계파정치가 부인되고 있음에도 실제적으로는 이른바 친이계(親李系)와 친박계(親朴系)가 엄연히 존재함으로써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정치적 견해와 목표를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사체가 정당이라고 하지만 정당 내에서도 견해와 주의 주장을 달리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 계파가 존재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같은 정당의 구성원이라면 큰 원칙과 목표에는 그 뜻을 같이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현재 한나라당내의 계파 간 갈등은 국민들에게 ‘한 지붕 두 가족’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당내 지도자간의 대화 단절이 그것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한나라당을 이끌고 가는 두 세력의 리더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대표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 두 사람간의 관계는 정당을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라고 보기가 쉽지 않을 만큼 소원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나라당에게 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으로 볼 때에도 불행한 일이다.

변화무쌍한 역동성(力動性)을 그 특징으로 하는 한국 정치의 특성에서 볼 때, 압도적 다수의 한나라당이 보이고 있는 무능력함이 내일의 상황에서 어떠한 운명을 맞게 될지 그 미래를 예측하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을 일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