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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사저 뒷산에서 투신종생(投身終生)함으로써 온 국민들을 커다란 충격과 슬픔에 젖게 하고 있다.

작년 2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삶을 꿈꾸었던 그가 이토록 불행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왜 그는 이토록 극단적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참으로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의 전 과정을 통하여 누구보다도 원칙과 상식을 강조하며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썼던 그이기에, 퇴임 후 드러나기 시작한 가족들의 비리 혐의는 그로서는 대단히 참기 어려운 도덕적 압박이었을 것이다.

물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할 수밖에 없고, 전직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는 일반 서민들이었다면 극형(極刑)에 처해지고도 남았을 범죄들이 전직 대통령이란 이유로 어물 쩡 넘어가는 일이 드물지 않아 왔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들의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이번만은 발본색원하여 다시는 전직 대통령들의 비리가 어물쩡 넘어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국민 여론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했던 것도 이러한 국민들의 정서와 여론을 의식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쥐도 몰 때는 도망갈 구멍을 마련해 놓고 하라”는 속담이 있다. 하물며, 퇴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것도 부정과 부패의 척결을 가장 소리 높여 외쳤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함으로써 자신의 도덕성이 허물어지는 것을 감내하지 못할 상황으로 몰았던 것은 지혜로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법률에 문외한이고, 노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누구 못지 않게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필자마저도 가족의 모든 비리 혐의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귀착시켜서 ‘포괄적 뇌물수수죄’를 적용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을 사법처리 하려는 검찰의 태도에 대해서는 의아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전직 대통령, 특히 도덕적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자신의 도덕성을 내세웠던 대통령에게는 그 가족의 비리 혐의가 입증되고 사법처리 되더라도 아마도 헤어나기 어려운 심리적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검찰이 꼭 노무현 대통령이 가족 비리의 종착역임을 규명하고 그를 포괄적 뇌물수수죄로 사법처리 하려고 했던 까닭은 어디에 있었을까. 오직 그것만이 사법정의(司法正義)를 구현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까?

물론 우리 정치가 아직까지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정치(政治)가 정치(正治)가 되지 못하고 비리의 온상이 되는가 하면, 정치인들 또한 명예로서의 정치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채우는 수단으로써의 정치에 급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법이 정치 위에 엄존하지 못하고 권력의 시녀화 됨으로써 그 권위를 상실한 것 또한 오늘날과 정치적 신뢰상실을 가져 온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각설하고, 우리 정치는 언제까지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리를 수사하고, 전직 대통령이 사법 심판대 앞에서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야만 할까. 적어도 정당하고 합법적인 정부를 뒤집는 쿠데타를 범하지 않는 한,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서는 모습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퇴임 후에도 국가의 원로로서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그러한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우리는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