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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열 살 줄은 서로 뭣 모르고 살고, 스무 줄은 서로 좋아서 살고, 서른 줄은 눈코 뜰 세 없이 살고, 마흔 줄은 서로 못 버려서 살고, 쉰 줄은 서로 가엾어 살고, 예순 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 줄은 등 긁어 줄 이 없어 산다.

이는 한국민요 부부요다. 한데 옛날에도 남편을 죽인 독부가 있고, 부인을 죽인 살부가 있었다. 하지만 특히 남편을 죽인 독부는 때를 기다리지 않고 능지처참을 하고, 그녀가 살았던 집을 부수어 못을 파버렸으며, 살았던 고을의 읍호(邑號)까지 강등 시켜 버렸다.

그래선지 근세의 형사(刑事)기록인 《추관지(秋官志)》를 보면 살부한 사실은 인조 때의 춘대옥(春代獄), 현종 때의 애숙옥, 숙종 때의 애례옥 등 단 3건 뿐이며, 그 모두가 조혼(早婚)에 의한 성정(性情)의 불만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근대에 와서도 남편을 죽였다면 거의가 성정의 불만에서였다. 지금부터 약 70년 전인 1930년 대 당시 한국의 각 형무소에 갇혀 있던 여자 살인범 수는 47명이었다.

당시 남자 살인범 수 53명에 대비하면 남자를 1백 명으로 칠 때 여자가 88명이나 되는 고율이다. 그 당시 독일의 여자 살인범은 남자 1백에 13.5명이었고, 일본은 남 1백에 여 11, 대만은 남 1백에 여 3이었다.

남녀 살인범 대비율은 세계 평균으로 남 1백에 여 4가 상식이었다. 한데 왜 한국은 1백에 88이란 엄청난 고율이었을까. 살해대상의 66퍼센트가 자기 남편이요, 여자가 연상이건, 남자가 연상이건 간에 평균 열 살의 나이 차가 있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 조혼이라는 사회적 폐풍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여자가 독살스러워서가 아니라 사회적 여건이 독을 뿜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당시 서대문 형무소에 복역 중이던 한 여죄수는 열세살에 일곱 살 난 신랑과 결혼하고 있다.

수년 동안 계속된 성부재가 정신도착을 일으켜 누룽지 달라고 졸라대는 남편을 재워놓고 질긴 조선 종이에 물을 축여 어린 남편의 얼굴에 밀착해 질식시켜 살해하고 있다. 본부(本夫)의 살해에 자주 이용됐던 이 같은 살인방법을 ‘도모지’라 불렀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피비리지 않은 조용한 살인 법이었던 것이다.

한데 재물이 탐나 도무지도 아닌 자동차 뒷바퀴로 남편을 깔아 죽인 독부가 생겨났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황금 만능병이 ‘삼기(三期)현상’에 접어들었다는 충격적인 고지(告知)랄 수 있다. 우리 전통설화에 지옥을 다녀온 소년 이야기가 있다.

지옥 길에서 대들보 만한 다듬이 방망이에 깔려 신음하는 여인과 집채만한 황금덩이에 깔려 영원히 죽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여인을 만났다.

물어보니 전자는 성정을 못 이겨 살부한 독부요, 후자는 재물을 탐내 살부한 독부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아내를 살해한 독부가 법의 심판에도 불구하고 여성 단체의 저항을 받고 있다.

그만큼 아내 관이 바뀌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아내의 힘으로 가정이 서고 출세를 하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식하지만 미모가 뛰어난 극중 천지애(김남주 분)가 남편 온달수(오지호 분)의 출세를 위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모습이 많은 월급쟁이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그런데 의원님 ‘내조의 여왕’도 있다. 행안위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이 남편의 공장 앞 도로 직선화에 특별교부세 7억원을 받아 주어 나온 말이다. 한데 “아내가 한 일을 나는 몰랐다.” 박연차 사건과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권양숙 여사도 자신이 남편 모르게 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어느 모임에 나갔더니 상식적으로 모를 수 있느냐 였다. 정말로 권 여사가 남편 모르게 돈을 받았다면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알고도 아내에게 뒤집어 씌웠다면 권 여사는 ‘토사구팽’이요, 권 여사가 스스로 남편 허물을 감추기 위해 뒤집어 썼다면 이야말로 진정한 ‘내조의 여왕’이라 할 것이다.

고운석 <시인 남구발전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