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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원시림에 들어선 찰스 다윈이 그 신비감에 어리둥절하여 ‘오 하느님!’ 하였다는 것처럼 나는 백두산 천지의 신비를 언뜻 접하면서 문득 ‘에구머니!’ 소리치던 일을 잊어버리지 못합니다.” 육당(六堂)최남선의 백두산 기행문 가운데 한 대목이다.

이는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어머니란 어린 자식의 입과 마음에서는 하느님과 같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감탄하거나 황홀하거나 희열에 겹거나 또는 공포나 비탄이나 위급이나 고통에 직면하면 서양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하느님을 찾는데, 우리 사람은 어머니를 찾는다.

이렇게 감정의 극한에서 저도 모르게 구원을 청한다. 이 구원도 민족이나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회교도들은 알라를 찾고, 불교도들은 관세음보살을 찾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머니를 찾는다. ‘어머나’, ‘어머’ 하는 놀라고 반가울 때 쓰는 경탄사도 어머니에서 비롯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농도 짙은 모성(母性)국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20년전 홀트 아동복지회가 엄마를 아예 모르거나 있어도 떠나 살아야하는 실모성(失母性)이 어린이들이 지은 글을 모은《울 엄마, 라는 책을 펴냈었는데, 그 글들이 글을 초월한 감명과 여운을 남겨주는 것도 그 모성원리의 심층에 와 닿는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도 조그마한 날개가 달려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그만 새의 가족까지도 괜히 부러워집니다. 나는 안 계시는 부모님들과 함께 살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번 짐승의 식구가 되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거리에서 엄마 아빠랑 손잡고 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돌아와 쓴 글이다. “가정집 아이들은 시험지 한 장만 백점 맞아도 엄마에게 자랑하기 바쁜데, 나는 1등을 해도 그만, 백 점을 맞아도 그만일 때....” “들판에 누워 하늘을 보니 구름 가족이 정답게 모여오네. 아기, 언니, 오빠 구름 앞장서서 달려오고 뒤에서는 엄마, 아빠 정답게 걸어오네. 나도 저 구름 가족의 한 식구가 되어 마음껏 하늘을 달려봤으면....” “외로와 울 때면 울 엄마도 저 먼 하늘나라에서 울고 계신대요.

차가운 바닥에 쪼그리고 잘 때면 울 엄마의 더운 입김이 바람이 되어 따뜻이 감싸준대요. 울 엄마만 날 괜히 그렇게 하신게 아니래요. 세상의 많은 고통 받는 자들의 고통을 알라고 그러셨대요.”

어머니의 포용 속에서 어머니의 존재가치를 모르고 사는 많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어머니 밖에 나와 어머니를 다시 보게 하는 <울 엄마>였다.

한데 지난 5월이 가정의 달이다. 이 날 어버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데, 한국에서도 예부터 야생 카네이션이 있었다. 석죽화(石竹花)또는 패랭이꽃이라 하는데, 고려 의종 때 한림 벼슬의 정습명은 석죽화를 이렇게 읊고 있다.

“세상 사람들 붉은 목단 사랑하여 집뜰 가득 심어놓고 살면서 / 누구라 거친 초야 돌모래 땅만 찾아 피는 / 석죽화 있음을 알랴 / 땅이 누추하니 귀한 이 찾아 올 리 없어 / 그 아름다움과 꽃 뜻을 / 전부야인이나 산처야첩만이 독차지하는구나.” 절반쯤 핀 석죽을 꺾어 무에다 꽂고 이 무꽃꽂이를 화분에 묻으면 뿌리가 돋아나기에 청빈야인을 자처하는 분들은 이 초라한 석죽 화분을 곁에 두는 것으로 뜻을 과시하는 무언의 매체로 삼기도 했다.

이 카네이션이 어머니날의 꽃이 된 것은 30여년 전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웹스터에 살았던 안나 차비스란 소녀가 일요학교에서 오래 근무하다 죽은 어머니의 무덤 앞에 한 다발의 카네이션을 바친 것이 미국에 있어 어머니날의 기원이 되었고, 이날 어머니가 있는 아이는 붉은 카네이션을, 어머니가 없는 아이는 하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습관이 생겨난 것이라 한다.

그러고 보면 서양의 카네이션이 정서적이라면 한국의 카네이션은 정신적이랄 수가 있다.

고운석<시인.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