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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은 오색을 갖춘 식물이다. 꽃은 희고, 줄기는 붉으며, 잎은 푸르고, 열매는 검고,뿌리는 노르스름하다. 오색을 갖추었으니 오륜을 아는 식물로 쳤다. 메밀은 마디풀과에 속하는 1년생초인데 중앙아시아 북부가 원산지이다.

기온이 차고 높은 지대에서 수확한 것이 더 맛이 좋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도, 평안도, 강원도 에서 많이 재배되어 그 지방의 토속음식으로 내려왔다.

초가을에 흰 꽃이 피며 세모난 열매를 맺으면 이 열매를 가루내어 냉면·묵·국수·만두·과자 등을 만들어 먹고 밥을 짓기도 한다. 생육 기간이 짧고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므로 구황작물로 이용되어 왔다. 메밀의 연한 잎사귀는 데쳐서 식용의 나물로 하고, 꽃에서 꿀이 많이 나오므로 꿀을 얻기 위해 심기도 한다.

잎·줄기·열매에서는 혈압강하제로 쓰이는 루틴(rutin)을 추출한다. 루틴에 의한 모세혈관 강화로 뇌출혈, 혈압강하, 당뇨병의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콜린도 포함되어 있어 지방간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루틴은 췌장의 활동을 돕고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당뇨병 예방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메밀가루에는 배아가 뒤섞여 있으므로 전분분해효소, 산화효소 등이 많아 가루모양으로 오랫동안 저장해두면 이들 효소가 작용해서 메밀가루 고유의 특성이 없어지고 만다. 따라서 메밀국수는 새 가루로 만든 것이 좋다. 메밀가루는 이러한 효소가 많기 때문에 소화율이 좋아 신경을 쓰는 현대인들이 큰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이며, 성인병 예방에도 권장할 만한 식품이다.

메밀은 기를 아래로 끌어내려 위장과 창자 속에 쌓인 노폐물을 비우게 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성인병 치료에 좋다. 식이 섬유가 많으므로 에너지량이 적어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쌀이나 밀가루보다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 트레오닌, 라이신 등이 다른 곡류보다 많다. 비타민 B1,B2 는 쌀의 3배, 비타민D, 인산 등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메밀의 단백질에는 끈기가 적기 때문에 면을 만들려면 밀가루를 30~80% 정도 배합하고, 소금을 첨가하여 물로 반죽한 다음 메밀국수를 만든다. 특히 메밀가루로 죽을 만든 다음 이것을 차게 식히면 말랑말랑한 상태의 메밀묵이 된다.

북한 지방의 겨울은 아주 추워서 거의 집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운동이 부족하여 몸속에 열기와 노폐물이 쌓이는데 이때 얼음이 둥둥 뜨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찬 성질의 메밀 사리를 말아 먹는 것이 딱 어울린다. 반면에 더운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게 하여 습기를 배출하는 것이 좋으므로 열성인 고추장으로 비벼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비, 위장이 허약하고 찬 사람이 메밀을 먹으면 소화도 잘 되지 않고 설사가 날 수 있으며 기운이 떨어지게 된다. 몸이 찬 사람이 메밀을 계속 먹을 경우에 원기가 크게 빠져나가 현기증이 나거나 몸이 마비되고, 심하면 수염과 눈썹이 빠지게 된다.

속이 찬 사람이 메밀을 먹으려면 오이와 배를 넣지 말고 겨자를 많이 넣고 따뜻한 국물을 부어 온면으로 먹는 것이 좋다.

겨자는 메밀의 찬 기운을 완화시켜주고, 무는 메밀의 독을 풀어준다. 그래서 냉면에는 무채가 들어가고 메밀국수에는 무즙이 빠지지 않는다. 오이나 배를 함께 넣으면 서늘한 기운이 보강되어 속열을 풀어주는 효과가 강해진다.

메밀가루를 물에 타서 꿀을 넣어 마시는 메밀주스는 고혈압환자를 위한 음료로 추천된다. 메밀국수 삶은 물에는 루틴 등 유효성분이 많으므로 버리지 말고 마시는 것이 좋다. 더욱이 루틴은 비타민 C와 함께 작용하므로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루틴은 하루에 약 30㎎ 정도가 필요한데, 메밀 100g에는 약 100㎎의 루틴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하루에 한 끼 정도 메밀을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