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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승부사적 기질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임을 자임했던 고인(故人)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그의 서거는 특히 정치적 반대 입장에 있는 집권 한나라당에게 가히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다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의 서거 이후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현저히 낮아져서 심지어는 민주당의 그것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작년 2월 집권이후 한나라당은 특별히 잘한 것이 없음에도 불과하고 국민적 지지도에서는 민주당에 현저하게 앞서 왔다.

이는 한나라당이 지니고 있는 강고한 지역적 지지 기반에 더하여 좀처럼 흩어질 줄 모르는 보수층의 지지가 있었던데 반하여, 민주당은 그들의 전통적 지지층이 결집되지 못했던 데에서 연유했던 현상이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처럼 상당한 지속성을 보이던 여․야간 입장을 일순간에 바꿔 놓음으로써 한나라당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충격적인 상황에 직면하여 한나라당은 정국을 전환시키기 위해, 우선 당 내부적으로 ‘쇄신위원회’를 구성하여 당을 쇄신시킬 방안을 마련토록 하는가 하면, 그동안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리던 이상득 의원이 스스로 정치현안에 개입치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쇄신은 현 주류계의 논의와 결단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주류계를 형성하고 있는 박근혜 의원 측과의 협력이 전제되어야 가능할뿐더러, 궁극적으로는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어야 성사될 수 있다는 데에서 적지 않는 장애가 도사리고 있다고 하겠다.

한나라당 내부의 주류와 비주류 간 대립과 갈등은 이미 ‘한 지붕 두 가족’이라고 불릴 만큼 심각하며, 당․청간의 관계 또한 결코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쇄신위원회가 마련한 쇄신 방안에 박희태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퇴진 문제가 포함되고, 현 지도부가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한나라당은 쇄신방안을 놓고도 자칫 ‘내부적 분쟁상태’에 직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위기상황에 직면하여서도 당의 진로를 놓고 통일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까닭은 한나라당이 당 운영의 제도화 수준에서 아직까지도 낮은 단계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릇 모든 정당에는 당헌(黨憲)과 당규(黨規)기 있기 마련이고, 거기에는 당의 의사 결정과정이 명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당이 위기상황에 직면하였을 때에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 또한 당헌과 당규에 없을 수가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스스로 현재의 상황이 극단적 위기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하면 지도부를 중심으로 통상적 절차에 따라 쇄신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면 되는 것이고, 스스로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임시정당대회를 개최하여 당원의 뜻에 따라 당을 개편․개조하여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은 정치의 근간이 된다. 따라서 정당의 민주화와 발전이 없이는 나라의 민주주의와 발전 또한 도모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헌법에 여야 정당에 대한 보호규정과 함께 그 활동에 적지 않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정당 활동이 정치의 근본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은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국정을 담당․수행하는 책임과 함께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의무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각성이 요구된다.

끝으로 한나라당이 현재와 같은 지지층의 감소에 따른 위기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쇄신 노력을 통해 내부적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함으로써 ‘국민과 하나 되는 정당’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과 집권층의 최대 문제점은 국민을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함에 있는 것이다.

오수열 <조선대학교 정치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