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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여름 장기 기상예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것은 장마철의 특성이 파괴되었기 때문인데, 시도때도 없이 많은 비가 내리는 그 이유이다. 이로 인한 피해 또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재산이 유실되고 인명피해를 내고 있다. 문제는 해마다 수해가 반복되는 일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는 이 질문 앞에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것은 엄밀히 말해서 인간에 의해 저질러진 재앙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저지른 죄를 인간은 알기나 하는가·

무분별한 개발로 도시가 건설되고 그로 인한 생태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이 시간 어느 열대 우림에서는 여전히 나무를 자르는 전기톱 소리가 들릴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박정희 대통령은 큰 공장을 지으며 “저 공장에서 검은 연기가 폭폭 솟아오르는 날 우리는 쌀밥을 먹으리라”고 외쳤는데 이제는 그 희망찼던 목소리가 비명으로 들려온다.

이제 몇 십 년이 지나면 지구는 자원이 고갈되어 바닥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혁명이후 끊임없이 인간의 욕망은 지구를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철저하게 유린하였다. 그러나 나는 기억하고 있다. “자연은 몇 십 배, 아니 몇 백 배로 자연은 훼손한 인간에게 보복한다”는 것을. 그 조짐이 바로 이상 기후현상인 것이다.

나는 언젠가 『조선왕조실록 함평 사료집』을 편찬하면서 무안과 가까운 함평 지역의 수백 년간의 기상이변을 살핀 적이 있다. ‘붉은 바람’(황사현상)이 불고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고 여름에 우박이 쏟아졌다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것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해가 갈수록 기상이변의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데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기온이 상승하여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높아져 태평양의 작은 나라들의 바닷속에 잠겨가고 있고 옐리뇨 현상이 일어나 열대지방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여 강력한 태풍을 발생시켜 해마다 지구촌 곳곳을 파괴시키고 있다. 또한 오존층이 구멍나 많은 동식물들을 직간접적으로 몰살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상 기온은 중국이나 아프리카 대륙에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아 사막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해마다 봄철이면 불청객으로 우리나라에 불어오는 황사현상은 이른바 인재적인 면이 많다. 다시 말해 하늘(자연)이 노해 인간에게 보복의 재앙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명하다. 삿된 인간의 욕망을 죽이고 겸손해져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가정에서는 화학제품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자제하고 물을 아껴 쓰는 일이다. 연료를 아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일이다. 물론 무공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리고 나라에서나 기업에서는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과학적인 개발을 실천해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모여 큰 효과를 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부터”라는 생각으로 생태를 보존하고 환경을 가꾸는데 실천해야 함은 당연하다.

나는 문예지 발행인으로서 내가 펴내고 있는 잡지를 통해 해마다 한 두 번씩 이른바 ‘생명시’ 특집을 기획하고 있다. 1992년 브라질에서의 ‘리오선언’ 이후 전지구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생태환경 문제는 문학인들에게 ‘생명’에 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갖게 하였다.

물론 1960년대부터 독일에서 생태환경에 관한 문학적 대응방식을 실천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70～80년대 정치적, 사회적으로 어수선할 때 감히 사회운동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이 아니어 잠복해 있다가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90년대에 이르러 생명운동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바로 ‘생태학적 상상력’이다. 이제 생태학적 상상력의 발현은 일시적인 문예운동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의 생명시 담론을 모두 모아 『에코토피아의 시론』을 펴내게 하였다.

이처럼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생태, 혹은 생명에 관한 관심을 갖고 실천할 때 보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지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을 보아 지구는 지금 죽음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것의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인간만이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시켜 멸망의 나락으로 치닫게 하는 범인일 뿐이다.

오늘도 여전히 수십 종의 동식물이 멸종에 이르고 있다 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동식물의 멸망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멸망을 보고야 말 것이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아비규환으로 들려오는 동식물과 자연의 비명을 듣지 못하고 있는 인간은 얼마나 한심한가.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가뭄과 하늘이 뚫린 듯한 폭우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절대 아니다.

몇 해 전 강원도 산악지대를 불태웠던 산불, 인간의 욕망인 단 한 개피 담배 불에 의해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내린 비로 산이 갈기갈기 찢겨졌다고 한다. 수십 년이 걸려야 그 상처가 치유가 된다니 그 아픔이 얼마나 깊고 깊겠는가.

이제 인간은 신에게 내민 도전장을 거둬들여야 한다. 신의 영역이었던 생명잉태와 자연보전에 순응하고 하나의 자연을 돌아가야 한다. 다시 말해 터무니없고 과욕한 욕망을 버려야 한다. 그것만이 지구를 보전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루소가 “자연을 돌아가라” 말했던 명제를 참으로 깊이 사색할 때인 것이다.

강경호<시인·문학평론가·계간《시와사람》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