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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금강산관광사업이 중단된지 오래고,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남북 간 교섭의 마지막 통로 역할을 하던 개성공단사업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개발에 대한 국제적 제재에 대한 북한의 또 다른 반발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 악화는 곧바로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한 서해상의 긴장상태로 나타나고 있고, 양측의 군사 수뇌부에서는 전투가 발생하는 경우 일전을 불사할 것이라는 강경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 지속된 남북관계의 완화 속에서 지속되어온 평화상태가 과거지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반면 원래 한 뿌리이면서도 아직까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중국과 타이완(臺灣)은 요란한 정치적 교섭 없이도 경제를 중심으로 교류와 협력을 증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통합(統合)을 모색해가고 있다.

한 때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대 초강대국가의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 대립의 하부구조로서 지역에서의 지배권을 놓고 피 튀는 혈전을 벌였던 것은 남북한이나 그들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대결의 기간으로 치면 남북한보다도 중국과 타이완의 경우가 오히려 더 장기간에 해당된다. 이른바 국공투쟁(國共鬪爭)이라고 불리우는 그들의 대결은 1920년대부터 시작되어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49년까지 근 30년간 지속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지난날의 감정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상황에서의 공존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과 타이완이 이처럼 관계개선에서 커다란 진전을 보일 수 있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중국의 3통정책(三通政策)에 대해 3불정책(三不政策)으로 맞서 왔던 타이완이 그들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에서 중국과의 교류를 허용한 데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국력에 차이를 보이는 적대적 두 국가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양쪽의 입장이 대등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열악한 조건에 있는 국가의 상황이 교류와 협력으로 그 존립이 위협받지는 않게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남북한 간 경제력은 대략 20배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고 한다. 비록 북한이 핵개발로 군사력 면에서 남한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실제 전쟁이 현실화되었을 때나 실효성을 지닐 수 있는 것이며, 적어도 국민을 먹이고 입히는 문제에 있어서 북한의 위상은 여전히 남한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지금 중국은 타이완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경우 다른 제 3국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두 지역 간의 경제적 교류를 촉진시키고 있다. 이는 곧 중국정부가 타이완과의 경제적 교류를 단순한 경제적 측면만이 아닌 통일을 위한 디딤돌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꽉 막힐 것만 같던 남북 간의 대화가 개성공단 문제를 두고 다시 재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토록 으름장을 놓던 북한이 개성공단에서의 근로자 임금과 공단 사용료 인상안을 제시함으로써 그들의 진짜 의도가 어디에 있었던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평균 100달러 수준인 근로자의 임금을 일거에 300달러 수준으로 인상하자는 북한의 주장을 우리 기업들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을 정립하여야 한다. 개성공단이 단지 경제적 이익 창출을 위한 해외투자처인지, 아니면 남북 간의 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인지 하는 것이다.

만약 개성공단이 통일기반 구축을 위한 거점이라면, 거기에는 당연히 정부의 재정이 사용됨으로써 진출 기업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도 인접해 있는 중국의 먼 미래를 보는 통일정책에서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