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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들어와 국가 간 무한 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나타난 중요한 변화는 국제사회의 주체가 국가에서 도시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의 신장을 가져온 민주주의의 발전이 있고 그것은 곧 지방자치의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년 전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후, 주민들의 삶이 엄청나게 변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관치행정 시대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대민(對民) 서비스가 주민들에게 제공되고 있으며 모든 지역에서 경제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광주 또한 예외가 아니다. 60년대 이후 추진되어온 경제개발전략에서 소외되어온 지역적 한계와 5?16 이후 역대 정권의 냉대에서 비롯된 낙후지역 이라는 탈을 벗고 생산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광주는 적어도 불리한 여건을 감안한다면 도시의 산업화와 거기에서 비롯된 지역민의 소득 면에서 비슷한 여건과 규모를 지닌 여타 도시에 뒤지지 않을 만큼 크게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광주가 이처럼 산업화에서의 후진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해온 사이에 도시 발전의 개념과 의미가 크게 변화되었고 우리는 또 다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야 할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광주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사람에 인격(人格)이 있듯이 도시에도 그 품격(品格)이 있으며, 오늘날 도시에 대한 평가는 이러한 품격에 대한 종합적 판단에 근거한다고 할 때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오늘날 광주가 문화수도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참된 의미에 있어서의 문화도시는 ‘문화센터’가 있고 없음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른바 도시의 품격과 직결되는 것이다.

과연 광주의 품격은 어느 정도일까? 도시의 품격을 어느 한두 가지의 지표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시민의 친절도와 교통질서 그리고 청결도는 그 가운데에서도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요소들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광주의 교통질서 수준은 우리에게 커다란 경각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최근 발족한『선진교통문화 범시민운동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자동차 1만대 당 사고 건수에서 전국 평균이 105건인데 반해 광주가 156건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광주시민의 질서 의식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수치가 아닐까 싶다.

특히 교통질서를 위반하는 차량의 대부분은 고급·대형 승용차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곧 가진 자의 준법의식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 솔선수범해야 할 계층이 그들이라고 할 때 가진 자들의 이러한 태도는 지역사회의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시민의 친절도와 청결도 또한 중요하다. 자기 집 주변의 골목길 하나 스스로 청소하지 않는 시민이라면 그들에게서 무슨 도시의 품격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이제 광주는 생산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일에 매진해야 하겠다.

적지 않는 우여곡절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시아 문화전당’ 건립공사도 미구에는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며, 세계 젊은이의 축제인 ‘유니버시아드’도 개최될 것이다.

그를 계기로 광주의 국제화는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며 광주의 브랜드 파워 또한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광주의 품격을 높임으로써 광주를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일이라고 하겠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