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한선>‘문학’이라는 이름으로 | |
| 입력시간 : 2009. 07.11.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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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를 지닌 사람들의 현란한 미사여구를 끌어오지 않아도, 한 줄의 시가 위안이 되고 슬픔이 되며, 빵이 되고 벼슬이 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두 번은 가져봤으리라.
어제는 오랜 가뭄의 침묵을 깨고 장맛비가 전라도 대지를 너머 전 국토를 풍요롭게 적시는 옥로(玉露)의 향연인 냥 축복으로 내렸다.
날씨 따라 마음도 넉넉한 하루, 마음에 다가오는 시 한 줄을 접할 수 있는 행운까지 얻었다. 그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지역 채동선이 작곡한 정지용의 <고향>을, 은쟁반에 옥이 구르는 듯 아름다운 목소리를 통해 들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예비 문화관광해설사 해설 시연에 참가한 보성의 김성춘씨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채동선의 곡이 정지용의 <고향>, 박화목의 <망향>, 이은상의 <그리워> 등의 시를 통해 우리들 폐부 깊숙이 파고든 내력을 해설과 노래로 들려주다니….
그 <망향> 가운데 “그대여/ 내 맘속에 사는 이 그대여/ 그대가 있길래 봄도 있고/ 아득한 고향도/ 정들 것일래라”라는 시구는 내가 참 애송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누구나 ‘내 맘 속에 사는 이, 그대’ 한두 명쯤은 지니고 있으리라. 그대가 조국이요 민족이었던 때, 우리는 너무 분노했고, 그대가 수몰된 고향이거나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병마로 돌아가신 부모님일 때는 수구초심 불효의 죄책으로 슬픔에 잠겼었다. 그대가 누구이든, 내 맘속에 사는 그대가 늘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년 전 필자는 이이들과 함께 중국 황산에 올랐다. 짙은 안개 속에 묻혀 황산은 아무런 모습을 보이질 않았다. 문득 고 정주영 회장이 백두산에 여러 번 올랐지만 천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말이 생각났다.
아, 나도 못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저 황산마저 거부하는구나. 낙담하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순식간에 운무가 걷히면서 우람한 황산의 자태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 아닌가. 그때 난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아니한 아버지, 하지만 눈에 뵈지 않을 뿐,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살아 계시는 당신이 아니던가.
그렇다. 황산이 없는 게 아니라, 안개에 가려 잠시 보이지 않았을 뿐, 어찌 거대한 황산이 홀연 사라져버릴 수 있으랴. 내 맘속에 사는 이가 누구이든, 누군가를 살리고 생명을 키우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하여 그대와 함께 봄을 느끼고 고향을 그리며 정을 나누는 나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다만, 문학을 한다는 미명으로 정치권에 기웃거리고, 문학의 효용을 빌려 자신의 뱃속을 채우며, 문학을 도구로 무슨무슨 문학회 회장임네 하면서 일 년 내내 여기저기 구걸하여 어줍은 책이나 한두 권 펴내면서 갖은 불만과 불화를 조장하는 작태는 그만두길 바란다.
문학은 시인이요 소설가며 수필가라는 수식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문학을 하는 진지한 자세요, 투철한 정신이 더 중요한 것이거늘….
문학의 효용이 악용되는 사례가 너무나 잦은 우리 현실, 문학의 이름으로 모임을 만들고, 사회단체 등록한 뒤, 보조금에 눈독 들이고 명함에 무슨 문학회 회장임네 하고 거들거리며 으스대는 얄팍한 사람들, 이른바 사이비 문학인은 이제 그만 자진 사퇴를 권고한다.
그런 사이비 주제에 어찌 감히 ‘3김 정치’의 장기 집권을 탓할 수 있으며, 정상적인 문학인과 소통도 못하면서 정치인의 소통 부재를 입에 올릴 수 있는지. 여기는 예향이요, 문화수도를 지향하는 광주광역시다.
반 예술적인 것은 과감히 정리하자. 문학인부터 솔선수범 문학의 향원익청(香遠益淸: 향기는 맑을수록 더욱 맑음)적 효용을 신중히 받아들이자. 선거를 의식해서 아무 단체에나 보조금 몇 푼 지원해주는 사회단체 보조금 제도는 우리 지역부터 시정하자. 사이비 때문에 진정한 사회단체가 희생되지 않은 우리 사회, 내 맘속에 사는 이, 그대가 행복한 우리 남도 되기를….
최한선 <전남도립대 교수·시인>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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