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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만㎢의 영토에 세계 총인구의 30%을 포용하고 있는 거대국가 중국이 소수민족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사실 전체 인구에서 한족(漢族)이 93%를 차지하고 55개 소수민족이 불과 7%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수민족문제가 그토록 심각하게 대두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생경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민족 가운데 이미 소멸단계에 들어선 500∼600명 규모의 극소수민족이 있는가 하면 그 숫자가 1천만 명을 상회하여 유엔 회원국의 상위권에 속할 만큼 커다란 민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중국에게 있어서 소수민족문제는 영원한 과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에 분쟁이 발생한 신강위그르 자치구의 위그르족 역시 500만명이 넘는 대 민족으로 자치구내 제1민족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그 경제, 사회적 위치는 결코 높지 않는 데에서 그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중국은 일관되게 제 민족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포용적 정책을 소수민족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은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을 통해 그 해체를 도모해온 소련의 소수민족정책과 비교되어 매우 바람직한 정책으로 평가되어 왔다.

중국이 이처럼 반세기 넘게 민족통합정책을 추진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민족 간 대립이 종식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그 해답은 정책의 ‘진정성(眞正性)’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정부는 줄곧 인구, 교육정책 등에서 소수민족을 우대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민족의 경제, 사회적 지위가 제고되지 못하고 더욱 악화되어 왔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의 소수민족정책 역시 진정으로 소수민족을 유지, 발전시켜서 한족과의 공동발전을 도모하기보다는 현상적 분란의 회피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족에의 통합이 그 기저에 내재되어 있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분쟁이 발생한 위그르족의 경우 혈통과 종교 면에서 이슬람적 요인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에도‘중국내의 이단아’로 불려 왔던 민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그들이 지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민족통합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한화(漢化)가 도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는 연안지역과 내륙지역의 소득격차 등 빈부의 문제가 가장 크게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빈곤의 상징지역인 내륙지역에 거주하는 인구의 대부분이 바로 소수민족이라는 사실이다. 즉, 빈곤의 문제와 소수민족의 문제는 서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경제적 격차는 곧바로 삶의 양식과 더 나아가서는 그들의 의식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위그르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동일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면서도 한족(漢族)과 위그르족 간에는 엄청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이른바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대하는 것과 같은 한족의 태도는 반세기 넘게 추진되어 온 화합정책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

신강위그르사태를 지켜보면서 최근 극심한 인구 감소와 정체성의 상실에 직면하고 있는 조선족(朝鮮族)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염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