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지난 18대 총선을 1개월여 앞두고 있는 가운데 호남지역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통합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민주당과 통합신당 후보들 간의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되었던 정치상황이 두 당간의 극적인 통합으로, 이제 선거의 초점은 본 선거 보다는 누가 통합민주당의 공천을 획득하는냐에 모아지고 있다.

물론 여느 때의 선거처럼 공천에서 탈락한 유력후보들 외에도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본 선거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선거제도와 정치지형에서 볼 때 광주?전남의 겨우 통합민주당의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없지 않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이 이러한 데에서 통합민주당은 자신들의 공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인식해야할 것이며, 공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해야만 한다. 이는 아직까지도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지역주의가 사라지지 않고 있고, 특히 영?호남의 경우에 이른바 ‘지역지배정당’이 존재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대표 선출권’이 실질적으로 제약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듯 통합민주당은 공천업무를 관장하는 ‘공천심사위원회’의 위원장에 강직한 이미지의 박재승 변호사를 임명하고 그에게 외부출신 공심위원 선정권한을 부여하는 등 공천을 통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어라고 해도 통합민주당의 공천에서 가장 크게 주목되는 부분은 광주?전남을 비롯한 호남권에 대한 공천이 어떠한 모양으로 나타나느냐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최근 공심위가 1차 심사에서 ‘호남지역 현역의원 30%를 물갈이 하기로 결정’하여 지역정가를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한 것도 이 지역이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현역의원을 포함한 중량급 후보들이 대거 몰려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공심위가 ‘현역의원 물갈이 목표치’를 제시한 것 또한 상징성이 없지 않지만, 먼저 심사의 기준을 먼저 명확히 제시하고, 그 기준에 후보자를 대입하여 적합여부를 가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역민의 여론 가운데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우리지역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탄핵돌풍 속에서 탄생된 이른바 ‘탄돌이’들로 함량미달이 적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의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정서가 없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으로 통합민주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지역적 상황에서, 호남에서의 엄격한 공천심사를 통한 공천혁명은 통합민주당의 이미지를 크게 재고시키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수도권을 비롯한 여타지역에서의 지지율 상승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곳에서의 공천혁명 여부는 민주당의 생존여부와 직결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통합민주당으로서는 호남지역에 대한 공천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며 가히 ‘혁명적’이랄 수 있을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대표를 포함하여 어떠한 성역도 있어서는 안되며, 필요하다면 공천을 신청하지 않는 사람에게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시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무쪼록 통합민주당의 공심위원들과 지도층이 혁명(革命)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깊게 되새겼으면 한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