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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는 자본을 공격하고 자유주의자는 독점을 공격한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는 좋은 제도는 아니지만 그에 대신할 더 좋은 제도가 없다는 데 문제이다. 이렇다보니 그래도 민주주의를 좋아하기 때문에 87년 6월 거리의 주인은 국민이었다.

경찰에 쫓긴 시위대를 숨기느라 가게 셔터까지 내려버린 남대문 시장, 전대 앞 상가의 어머니들, 명동성당 앞에서, 광주의 옛 도청 앞에서 ‘독재타도’를 외쳤던 넥타이부대와 학생들, 부산역 광장 대구백화점 앞 광주 금남로에서 김밥과 마실 물을 건네던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 그들이 바로 민주화를 일궈낸 주인공들이다.

민주주의란 ‘백성이 주인된다’는 뜻 인지라, 그 해 여름만큼 모든 국민이 주인인 적이 없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발전했다. 그 후 22년이 되었다. 한데 노무현 前 대통령이 사저 뒤 봉화산 절벽에서 뛰어내려 서거, 국민의 애도 열기가 식지 않고 있어 그날의 의미도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 이른바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은 ‘6월 정신 계승’에 대해 강하게 한 목소리를 낸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국민이 정말 주인으로 섰던’ 그날의 의미를 자신들이 이어갈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리고 그 날의 주인들이 자신을 밀어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6월 정신의 무엇을 계승해야 하는지’로 들어가면 주역들도 바라보는 지점이 다르다. 예를 들면 한나라당에 몸 담은 주역들의 말 속에는 ‘민주화를 넘어서’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대부분의 비한나라당 주역들은 ‘민주화의 완성’에 좀 더 의미를 둔다.

6월 항쟁 그 후 22년, 그 날의 또 다른 주인공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와 관련, 6월 항쟁의 주력세대를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들은 “6월 항쟁 20년이 지나면서 정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경제 민주화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IMF외환위기와 그 후 두 번의 민주정권을 거치면서 ‘80대 20사회’가 ‘90대 10사회’로 된 데 대한 체험적 진단이다.

‘경제’에 대한 목마름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이어졌다. 여대 어느 대선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 후보의 독주현상은 ‘경제 지도자’ 이미지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민주화’보다는 ‘국가경쟁력 강화’쪽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가 높은 지지로 당선되어 나라를 이끌면서, 국민은 꿈을 이룬 듯 기대가 컸다. 한데 고통으로 이어지면서 후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부자들을 지키는 독재자에 속았다는 것이다. 미국발 경제위기 탓도 있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중산층까지 나락으로 내몰고, 중소기업은 부도로 쓰러지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을 거리를 헤매고있다. 여기다 헌법에 보장된 민초들의 마지막 수단인 집회까지 막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탄압까지 하고 있다. 무리한 검찰 수사는 전직 대통령의 목숨까지 끊게 하고, 나라는 혼란에 빠져들고 잇다.

보다 못한 대학교수 등 지식인들은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6월 10일 민주헌법 쟁취 국민대회가 생각난다. 또 당시 직선제 쟁취와 군부 타도 등이 생각난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 수 만여명의 인파로 채워진 금남로의 거리는 아름다웠고 행복했다.

뜨거운 여름이 6⦁29 ‘항복’으로 마무리 되고난 후 방향을 밝혔던 때가 생각난다. 그 날의 6월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자리 잡고 있다. 함에도 양극화 심화,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복지 미흡, 언론의 횡포, 정당정치 수준 등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많은 과제가 여전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민주주의의 담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에게 아직 더 나아가야 할 과제가 남아 ‘87년 6월’은 계속돼야 한다.

고운석<시인. 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