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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정기를 보태주는 대표적인 열매다. 밤꽃 향취는 남성의 정액 냄새와 비슷하고 밤송이의 날카로운 가시는 강함의 상징이다. 그래서 밤은 아랫도리의 작용에 유효한 것으로 알려져서 다리가 무력한 각기병에도 쓰인다. 밤의 성질은 따뜻하여 기운을 북돋우고, 정기를 보태주고 배고픈 것을 견디게 한다.

밤나무는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도 씨밤이 썩지 않고 뿌리 곁에 계속 남아 나무를 지키는 묘한 생리가 있다. 씨 밤과 밤나무의 관계를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에 비유해 제사에는 밤을 필수로 올린다.

과수 뿐 아니라 목재로서도 귀중 시 했는데 조상의 신주(神主)와 신주를 모시는 궤도 밤나무로 만든다. '세종실록'의<오례의(五禮儀)>에서도 신주와 위패는 밤나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사상에는 반드시 생률을 올리는데 신선한 것을 쓴다는 뜻이 있다한다.

밤의 원산지는 중국과 유럽인데 화강암지대인 우리나라 기후풍토에 적합한 식물로 예로부터 우리나라 밤이 유명했다. 이조 초엽에는 밤나무를 재배하는 자는 나라의 부역도 제외되는 혜택까지 받을 만큼 중요시했다.

그러나 정치가 부패함에 따라 밤 재배는 수난을 겪어 쇠퇴하고 말았다.

밤은 무겁고 껍질에 윤기가 도는 것이 좋은데, 날 것 그대로는 과실이지만 삶아서 꿀에 버무리거나 조려서 익히면 율란이라 하는 숙실과가 된다.

숙실과는 대체로 모양이 둥글어서 알 모양이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나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 등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난생설화(卵生說話)에서 알 수 있듯이 알을 신성하게 여기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자손이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음식으로 우리 조상들은 하나의 음식 모양에도 뜻을 새겼다.

한 톨의 밤에도 영양이 꽉 채워져 있어 어린의 건강식으로 ‘토실토실 밤토실’ 이라는 말이 있다. 몸이 쇠약한 사람이 먹으면 식욕이 나고 혈색이 좋아져 건강해진다. 밤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있어 설사? 이질에 좋고, 위장기능강화 ? 식욕 증진?피부미용? 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다.

견과류 중 유일하게 비타민 C를 가지고 있는 밤은 하루에 생밤 10개만 먹어도 필요한 비타민 C를 모두 섭취할 수 있다. 술안주로 먹으면 비타민 C가 알콜의 산화를 도와준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라면 꼭 챙겨 먹어야할 식품이다.

과수로서 역사가 오랜 만큼 민속식도 발달되었다. 우리나라는 밤떡, 밤경단, 밤다식, 밤단자, 밤초, 밤주악 등을 만들어 먹어왔다. 특히 밤을 강판에 갈아 끓인 밤암 죽은 훌륭한 이유식이었다. 또 밥을 지을 때 햇 밤을 같이 넣으면 구수한 별미 밥이 된다.

송편의 밤 소와 약밥이나 신선로에 없어서는 안될 재료다. 말린 밤은 황률(黃栗)이라 하여 귀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했다.

고대에는 먼길을 떠날 때 밤을 갖고 다니며 식량으로 삼았는데 전쟁할 때는 귀중한 군량으로도 사용했다. 밤은 고대인의 이동식품, 즉 도시락이었다.

밤의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질이 단단해 통조림 등 가공용으로 쓰이는 구라파종, 알은 작지만 달아 군밤용으로 좋은 중국종, 알은 굵지만 단단하지 않아 저장성이 떨어지는 일본종이 있다.

밤나무 잎에도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 호흡기 보강작용이 있다. 어느 동물원에서는 원숭이들이 기침감기로 소동을 피웠을 때 밤나무 잎을 삶아 먹이고 깨끗이 치료했다한다.

백문보(14세기 선비)의 ‘밤나무 예찬’이라는 글에서 “봄에는 가지가 성글어 그 사이로 꽃이 서로 비치고, 여름이면 잎이 우거져서 그늘에서 놀 수 있으며, 가을에는 밤이 먹을 만하며, 겨울이면 밤송이를 모아 아궁이에 불을 땔 수 있다.” 고 하였다. 그는 일년 내내 밤나무를 바라보며 즐기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