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한선>아름다운 귀향 | |
| 입력시간 : 2009. 08.24. 00:00 |   |
|
며칠 전 우리는 지상의 큰 별을 잃었다. 이 땅, 이 백성이 주인 되는 나라를 위해, 위법, 불법, 탈법, 무법이 아닌, 사람들이 서로 법 받아 사는 금수강산을 만들고자, 온 몸으로 온 맘으로 때론 국내에서 혹은 국외에서 풍찬노숙하며 나라를 구했던 저 독립투사의 운명처럼, 질곡도 마다 않고 팔십여 생 달려온 큰 별, 우리는 그 별을 잃었다. 본성이 어둠을 밝히는 빛이었기에 이제 저 하늘의 본향(本鄕)으로 귀향하는 당신, 이제야 알았습니다.
당신이 병원에서 신고(辛苦)한 시간은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고향으로 쉬이 돌아가기 위한 준비였음을. 우리 모두는 당신의 아름답고 훌륭한 귀향에 무한한 존경과 한없는 사랑을 보냅니다.
옛날 중국의 도연명이란 사람이 시끄러운 벼슬 생활을 그만두고 고향의 산천으로 돌아간 것을 두고, 아름다운 귀거래(歸去來)라 하며 칭찬들 하였는데, 항차 이 땅에 어둠의 자식들을 제거하고, 군화발의 독재를 거두어, 민주의 빛을 밝히신 당신의 귀향에 감히 어떻게 필설로 가름할 수 있을지. 부디 이제는 편히 잠드시고 본향에서 해와 별과 달로 영생하시기를….
고인에 대한 남겨진 자들의 몫은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리라고 굳게 믿고, 온갖 권모와 술수로 체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탐욕의 패거리들, 그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누구나 다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하루라도 빨리 알았으면. 별이 져 이 땅이 다시 어두워질까 봐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하지만 한 번 뜬 별은 영원히 지지 않는 법이다. 다만 어둠의 자식들이 어둡게 만들고자 선동하고 부추길 뿐이다. 이제 다시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자만과 착각, 오만과 불손으로 어둠과 불안을 조장하지 말지어다. 뒤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앞사람의 발자국을 보며 가는 법, 그래서 함부로 밤길을 걷지 말라던 저 선각승의 눈(雪) 앞에서의 일갈이라니….
이제는 다시 이 땅에 책동이나 선동, 모함이나 음모를 통한 어둠의 조장이 없길 바란다.
지역을 볼모로, 학연이나 지연 등을 내세워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도, 남의 힘을 빌려 일신의 영달을 구하겠다는 소인배 같은 허상도, 이제는 다 이 땅을 하직하길 바란다. 큰 별 이시여, 당신의 고귀한 사랑, 당신의 위대한 빛, 우리는 영원히 그 사랑과 빛을 살라 먹으며, 밝고 맑게 이 땅을 지킬 것이외다.
바라건대 당신께서 아직 덜 밝히신 이 땅의 어둠들, 소통의 부재, 편법과 불법, 양극화의 심각성, 선동과 책동, 조장과 여론 몰이 등을 모조리 함께 데려가 주셨으면…. 마지막 가시는 당신의 마음을 무겁게 해드린 것 같군요. 송구합니다. 당신은 이제 가벼이 가시소서. 그리고 밝은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 남겨진 우리들, 이제는 제법 제 갈 길 잘 걸을 수 있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무리들, 이젠 우리가 혼내줄 수 있고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 속 위선자들, 그쯤이야 다 조소로 나무랄 수 있답니다.
참, ‘모든 종교는 구라다’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왜 그럴까? 곰곰 따져보니 저자는 종교 지도자들의 불안과 위기 ‘조장성’을 나무라는 말 같군요. 종교 그 자체야 어찌 구라며 한 점 잘못이 있겠습니까? 저 한없이 맑고 깨끗했던 섬 소년, 김대중 전 대통령, “어둠이 어둠을 키우던 대한민국에/ 소년이 혼자 큰 별을 따다가//사방천지 빛을 낳고 소금이 되어/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키웠네//아름답게 귀향하는 섬소년 당신/ 백성들 비로소 맘 문을 열고//이념을 초월하여 귓문을 트리/열리는가, 열린다 세상의 정로(正路)가//” 님이시여, 고이 영면하소서. 하의도엔 갈매기도 민주주의로 난다지요?
최한선<전남도립대학 교수·시인>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문의 메일 : webmaster@파인뉴스.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