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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입만 열면 모두가 떠드는 참살이(well-being) 시대이다. 이제까지 살았던 삶이 모두가 거짓이거나 잘못된 것처럼 하나같이 참살이를 외치고들 있다. 그렇지만 무엇이, 어떻게 사는 것이 참살이인가? 라고 물으면 그저 어물거리거나 머쓱해하고 만다.

이는 마치 군사독재자가 80년대만 되면 하늘에서 금세 금은보화라도 벼락처럼 떨어져 모두가 꿈같은 삶을 살리라며 대망의 80년대를 외치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생존권을 짓누르며 자유를 탄압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일이 어디 한 두 번이랴마는 우리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바람에 풀잎 쏠리듯 거기에 정신을 빼앗기곤 했다. 88올림픽이 그렇고 2002월드컵이 그랬잖은가? 조용히 생각해 보라. 숨 쉬고 밥을 먹는 등 일상의 행위 외에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빠지지 않고 내 스스로를 위하여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나아가 내가 머리를 깎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나를 위함이 아닌 어떤 일 곧 기도를 하는 등 남을 위해 무엇을 한 적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라. 많지 않은가?

그럼에도 우리는 승려가 어떻고 목사가 어떠하며 신부가 어떻다는 등 남을 위해 수도 없이 기도하는 사람들을 난도질하는데 이골이 나 있다.

과연 나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가? 하루 세 끼 먹고 살기 위해 스님 노릇 목사 노릇하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남은 차치하고 나를 위하여 나아가 우리를 위하여 내가 매일 하는 일이 있다는 것, 그 얼마나 값있고 소중한 것인가? 나는 누구이며 무엇 때문에 사는가? 등의 근원적인 물음 말고 말이다. 참살이란 어떤 삶인가? 곧 어떻게 사는 것이 가짜 살이가 아닌 진짜 살이란 말인가? 가장 쉽게 말해서 잘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지금처럼 열심히 사는 것이 잘 사는 것 아닌가? 다만 지금까지의 삶이 나를 위주로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도 생각하면서 함께 사는 생각을 조금 더 하면서 말이다. 종교인은 자신이 믿는 신앙의 경전에 의거하여 삶을 영위하고자 애쓴다. 종교인은 경전(經典)의 말씀대로 사는 것을 참살이라고 여긴다.

그러므로 경전은 곧 참살이의 원천이요, 삶의 지표임에 분명하다. 다른 한편, 흔히들 경(經)은 성인의 말씀이요, 전(傳)은 현인의 말씀을 적은 글이라고 한다. 성인은 생이지지(生而知之)자요, 현인은 후득이지지(後得而知之)자 이다.

여기서 경이 길(道)이라는 말과 통함을 떠올려 보자. 북풍은 엄습해 오고, 해는 져서 어두운데, 낯선 갈림길에 서 보았는가? 길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쉽게 가늠할 것이다. 경전의 길, 그 것은 보통의 우리들이 걷는 길과 다른 길이다.

문화유산이 경전이라 함은 성·현인의 말씀과 그 것이 동궤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신앙인이 자신의 경전을 받들 듯이, 문화유산 또한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한편, 잘사는 삶이 참살이라 했거니와 어떤 삶이 잘 사는 것인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종교인은 경전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다. 금은백옥이 산과 같이 쌓이고, 처자권속이 수도 없이 많으며, 자기 한 몸이 온갖 사람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권세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막강하며,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굽실거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이러한 삶이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바이다.

또한 단 한마디의 말로 남을 굴복시키고 몇 줄의 글로 사람을 웃고 울리며, 부귀와 명예를 던져버리고 천지를 방랑하며 영웅이나 호걸을 헌신짝처럼 업신여기는 것도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잘 사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 부족함이 없는 것, 써도 다 함이 없는 것, 구할 것이 없는 것, 근심과 걱정이 없는 것, 원망과 분노가 없는 것, 공포와 비애가 없는 것, 미움 성냄 질투가 없는 것, 성하고 쇠함이 없는 것, 강제와 구속이 없는 것, 생로병사가 없는 것, 이 보다 더 좋음이 없는 것 등을 잘 사는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 위와 같은 잘 사는 삶을 누린 자가 과연 있었을까? 바로 이 대목에서 나는 문화유산과 함께하는 삶을 말하고자 한다. 문화유산, 아, 그 영원한 정신의 향연이여….

최한선<전남도립대학 교수·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