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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추석 한가위를 앞두고 조상과 혈육을 찾는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 오늘 아침 유달리 안타깝고 슬픈 이들이 있습니다. 남과 북에 헤어진 가족을 둔 이산가족들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어제까지 두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동안 모두 880여 명의 이산가족들이 생이별로 수십 년 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떠나는 차창 너머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손끝 온기라도 좀 더 느껴보려고 꼭 잡은 손을 놓지 못하는 안타까운 이별 모습을 보면 이산가족이 아니더라도 안타까운 마음에 누구나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그나마 그리던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며칠이나마 얼굴과 얼굴을 대할 수 있었던 이산가족들은 선택받은 경우입니다.

대한 적십자사에 등록된 이산가족상봉 대기자 가운데 컴퓨터 추첨 등을 통해 한 회 상봉 행사 때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은 겨우 100명 정도입니다. 현재 8만 7천여 명의 이산가족 상봉대기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70세 이상인 고령입니다. 그 가운데 37%가 80세 이상이고 90세 이상도 4000명 가까이나 됩니다. 지난 88년부터 대한적십자사에 등록한 12만 7천여 명의 이산가족 가운데 이미 3분의 1은 북측에 두고 온 가족의 생사조차 모른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 해에 천 명이 가족상봉을 한다 해도 80여 년이 걸리고 또 대부분의 고령자들에게는 아예 기회도 오지 않을 것입니다. 기다림에 지친 고령의 수많은 이산가족들에게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더우기 2년 만에 열린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다음 상봉행사 계획이 아직 없어 북의 가족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다른 이산가족상봉 대기자들에게 가족을 만날 기회는 요원합니다. 이산가족 문제는 인륜, 천륜의 문제이기에 남북 모두가 이산가족의 아픔을 헤아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다른 대북정책과 분리해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합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확대·정례화하고 남북관계 긴장 여부에 관계 없이 가족상봉을 이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북측이 희망하고 있는 쌀과 비료지원은 적십자라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새로운 해결점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상봉 정례화가 대북지원과 연계돼서는 안 되겠지만 정부의 의지에 따라서는 지혜롭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을 만난 뒤 그리움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이 서신이나 영상편지를 통해 연락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