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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는 죽은 체하고 물 위에 떠 있다가 까마귀가 쪼려 들면 다리로 얽어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 해서 까마귀의 적. 즉 오적어(烏賊魚)가 됐다는 설이 있다. 우리 속담에 꾀를 써서 힘 안들이고 일을 한다는 뜻의 ‘ 오징어 까마귀 잡아먹듯 한다’라는 말은 오징어의 습성을 잘 표현 한 것이다.

이수광은「지봉유설」에서 오징어의 먹물로 글씨를 쓰면 ‘매우 빛이 나고 윤기가 있다. 그러나 해가 지난 뒤에는 먹이 없어지고 빈 종이만 남으며, 간사한 사기꾼은 이것을 써서 남을 속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먹을 품고 있어 묵어(墨魚), 해약(海若- 해신의 이름)으로 법도를 맡아보는 신하라고도 했다. 또 예의를 아는 물고기라 하고, 믿지 못하거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오적어 묵계(墨契)’라 한다. 오징어 먹으로 글을 쓰면 1년 만에 먹글씨가 증발해 소멸하기 때문이다.

오징어 다리는 여덟 개고 양쪽으로 유별나게 긴 두 다리는 팔이다. 긴 팔은 먹이를 잡아먹을 때, 사랑을 나눌 때 암컷을 끌어안는 수단으로 쓰여 ‘교미완(交尾脘)’이라고 부른다.

오징어의 생식방법은 매우 독특한데 이때에도 다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징어 한 쌍은 네온사인처럼 몸의 색깔을 현란하게 변화시켜 상대방을 유인한 후, 다리를 단단하게 얽어 서로를 붙잡는다. 그리고 수컷은 생식 팔( 네 번째 다리)로 몸속에 가지고 있던 정자주머니를 꺼내어 암컷의 몸속에 넣거나 입 주위에 붙여놓는다. 한번의 사랑으로 30만～50만 개의 알을 낳아 수정이 되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게 된다.

‘ 오징어 수컷은 음흉해 성적으로 미숙한 소녀오징어를 노려 겁탈한다. 소녀오징어는 수컷의 정자를 체내에 보관했다가 성숙한 뒤에야 결합하는 지각부화를 한다. 그렇게 알을 낳은 후 순사(殉死)하는 것이 암오징어의 일생’이라고 이규태씨는 적고 있다.

오징어류는 육식성으로 작은 물고기, 새우 게를 잡아먹지만, 한편으로는 큰 물고기류의 좋은 먹이가 되기도 한다. 오징어의 주성분은 단백질로 쇠고기 단백질 함량의 3배쯤 된다. 열량은 100g당 95㎉라 살이 찔 염려가 없다. 오징어 육질이 쫄깃쫄깃한 이유는 오징어의 단백질이 물에 녹기 쉽고 ‘미오신’이라는 성분이 적기 때문이다.

질 좋은 단백질과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반면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타우린이 많아 피로회복제의 중심 구실을 한다. 간장을 해독시키고 정상적인 혈압을 유지하며 심장병 예방에도 좋다. 피를 보충하는 비타민 B12가 있어 여성의 빈혈, 갱년기 장애에도 효과가 있다. 그밖에도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당뇨병을 예방하고 피로한 눈을 회복시켜준다.

오징어는 성숙기에 이르면 엄청난 양의 타우린을 지니게 된다. 마른 오징어의 표면에 붙은 흰 가루가 타우린이며 , 오징어를 구울 때 나는 독특한 냄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따라서 마른 오징어를 먹을 때 이 하얀 가루를 털어버리면 귀중한 영양소를 잃게 되는 셈이다.

간편한 서민적인 안주이자 간식인 마른 오징어는 질겨서 소화가 잘 안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 오징어의 소화율은 쇠고기의 소화율과 거의 비슷하다. 더구나 딱딱한 것을 먹을 수록 오래 씹을 수 있어서 치아도 튼튼해지고, 침이 많이 분비되어 오히려 소화를 돕는다. 그러나 강한 산성식품으로 채소를 곁들여 먹어야하고, 위산과다증이 있거나 소화불량, 위궤양이 있는 사람은 삼가는 것이 좋다.

울릉도에서는 오래 전부터 오징어 먹물을 치질약으로 써왔으며, 따로‘ 오징어 먹통젓’ 이라 하여 잘게 썬 오징어 살을 먹물로 버무렸다가 밥상에 오리기도 했다한다. 최근에는 오징어 먹물의 항암효과가 인정되어 일본에서는 암치료약으로 활용하고 있고,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과자, 국수, 스파케티 등도 판매되고 있다.

오징어의 뼈는 ‘해지소’라고 하는데 지혈작용과 상처를 아물게 하는 효과가 좋은 가정 상비약으로 그만이다. 말이나 당나귀의 등창은 오적어 뼈가 아니면 고치기 어렵다 했다. 그뿐 아니라 함진아비들이 마른 오징어에다 구멍을 뚫어 가면을 만들어 쓰고 다니는 것을 본다. 낯가죽이 두껍고 질기다는 뜻이라는데 웃음이 절로나는 쎈스를 보면 오징어는 우리생활 깊숙이 있다.

식품에 대한 선호도는 민족이나 종교에 따라 다르다. 크리스토교의 모체가 된 유대교에서 식용할 수 있는 생선은 '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수중동물'로 한정했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어패류는 모두 금기의 대상이다. 오징어, 문어는 그 생김새나 빨판에서 연상되는 나쁜 이미지 때문에 '나쁜 길로 유혹하는 자, 배신자' 등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았다. 아열대의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하여 유럽북부에서는 먹어볼 기회가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