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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은 신이 태초부터 내려주는 선물이다. ‘ 땅은 그 스스로 모든 생명체를 탄생 키고,영양을 주며 번식력을 가진 씨앗을 다시 받아 들인다’. 씨앗이 싹트고, 식물이 태어나서 죽고, 그 열매가 땅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는 것은 모두 부활을 뜻했다.

고대세계에서 이런 과정은 생명의 신비와 영원한 계절의 순환을 의미하고, 자연을 어머니로 여기게 되었다.

밀은 소맥(小麥)이라고도 하는데 쌀과 함께 세계의 2대 식량 작물이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카프카스가 원산지이고 BC 1만∼1만 5000년경에 재배되기 시작한 가장 오래된 작물 중에 하나이다. 인류문화는 밀과 함께 발달했다고 할 정도로 서양에서는 주식량이며 많은 나라에서 주식과 각종 음식의 재료로 애용하고 있다.

호메로스( BC 9세기경)는 “ 인간은 밀가루를 먹는 동물” 이라고 했고 지난 6천년 동안 밀 재고량은 국력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빵’이 돈을 뜻한다는 말도 생겼고, 우리나라에서도 수천년 동안 “쌀이 곧 돈” 이었다.

밀은 90% 이상이 제분되어 제면·제빵·제과·공업용으로 쓰인다. 또한 간장과 된장의 원료로도 쓰이며 밀기울은 좋은 사료이다. 밀가루는 글루텐의 양과 질에 따라서 밀가루의 질을 구별하고 가공용도가 달라진다. 밀가루의 품질은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으로 나눈다.

글루텐을 형성하는 단백질이 많은 강력분은 제과용으로, 중력분은 국수류로, 박력분은 과자, 만두, 카스테라, 튀김, 전유어 등에 많이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밀가루의 소비를 빵보다 면으로 가공소비하기 때문에 국내생산 밀가루는 중력분이 가장 많다.

밀가루의 주요성분은 칼로리원으로 우수한 식품이며, 단백질은 쌀(6.5g)의 거의 2배에 해당하는 12.0g을 함유하고 있지만 필수아미노산 함량은 매우적다. 밀가루에는 칼슘과 인, 철분, B1은 비교적 많이 함유되어 있다.( 100g당 0.34. 쌀은 0.10)

또 쌀처럼 씻지 않고 가루로 만들어 먹기 때문에 비타민 B1의 손실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비타민 A, D, C는 전혀 없어 동식물성 단백질과 채소 등을 부식으로 충분히 섭취해야한다. 밀가루의 산도는 주로 인산화물과 약간의 유기산에 의한 것인데 위산과다증이 있는 사람이 밀가루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지 않는 이유이다.

우리 들녘에서 밀을 보기는 어렵지만 밀 음식은 우리의 여름철 주식의 하나이다. 긴 여름 해에 쌀과 보리가 동이 나면 밀가루나 메밀로 수제비라 칼국수를 해먹는 것이 별미였다.

고려시대만 해도 국수는 상류사회의 전통별미음식으로 선택받은 사람만 먹을 수 있었고 칼국수는 품이 많이 드는 사치스런 여름철 시식이었다.

<고려사>의 기록을 보면 송나라를 왕래했던 고려의 스님들이 국수를 도입하여, 상류사회의 제사나 잔치음식으로 번져나갔던 것으로 본다.

계급사회에서는 가난한 사람과 부자들이 먹는 음식에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중세시대에 ‘좋은 빵’과 ‘나쁜 빵’은 그 색깔과 특성으로 구분되었다. 농부들이 먹는 빵은 껍질이 있는 곡물가루로 만들어 색깔이 진하고, 귀리, 기장과 같이 수확량이 많은 곡물을 사용하여 부풀지 않아 ‘ 무거운 빵’이 되었다.

밀가루는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면서 수확량은 적은 까다로운 곡물이기 때문에 밀가루로 만든 눈처럼 하얀 빵은 당시에는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고급품목이 었다. 상인들이나 잘사는 수공업자들을 위해 덜 고급이지만 체로 친 곡물가루로 만든 소위 ‘ 도시 빵’인 중간색의 빵도 있었다.

오늘날은 어떤 빵을 먹을지 선택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과 건강에 대한 의식이 중요하다. 배고픔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병이 더 많아진 사실은 우리에게 먹거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 최대의 자연파괴는 고속정미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라는 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