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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의 뇌관 가운데 하나이던 언론관계법이 국회가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통과된 이후 이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야당에 의해 헌법재판소로 옮겨졌고 자연스레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관심도 헌재가 어떠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모아져 왔다.

2개월 여에 걸친 심리 끝에 지난 29일 마침내 헌재의 결정이 내려졌는데, 그 결정을 두고 다시 정치권과 국민들 간에 설왕설래가 분분하다. 요지인 즉, “대리투표와 일사부재의 등 적지 않는 절차상의 하자는 인정되지만, 그것을 무효로 할 만큼 위헌적이지는 않다”는 지극히 비논리적이고 애매 모호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을 두고 혹자는 “결혼은 했지만 유부녀는 아니다”는 결정과 같다고 비판하는 것을 보면서 헌재의 결정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기야 헌재 자체가 사법적 기관임과 동시에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는 곳임을 감안한다면, 여·야간에 첨예한 견해차이가 존재하는 사안에 대해 명쾌한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헌재가 결정을 통하여 여야 정치권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조목조목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흔히 민주주의는 결과와 함께 그 과정을 중시하는 제도라고 한다. 따라서 과정에 잘못이 있다는 헌재의 결정은 언론관계법의 제정과정이 결코 합법적이지 않다는 것을 명백히 지적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둘째, 헌재의 결정에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으로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삼권분립(三權分立)의 정신 하에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지위를 인정하고 자율적 재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여권이 헌재의 결정을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법률로서의 효력을 지속시켜 나가려고 기도한다면 이는 헌재가 정치권에 전달하고자 한 완곡한 의사표시를 배제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필자의 생각으로는 입법권은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에 속하며, 입법과정에서의 적법성 여부가 헌재의 심의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헌재의 기능은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의 판결이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에 위배되는 지의 여부를 심의하는데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의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입법과정에 불복하여 야당이 헌재에 제소한 것 자체가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없고, 이유가 어찌되었던 그들이 제소한 사건에 대해 헌재가 결정을 내린 이상 야당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언론관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전개된 여·야간 대립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10. 28 재보궐선거를 통하여 국민들로부터 내려졌다고 보아야 한다. 재보궐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높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4대강사업’과 ‘세종시 건설’등의 쟁정도 한 몫 하였지만 언론관계법 제정과정에서 보여준 여당의 태도에 국민들이 긍정적이지 않았던 것도 작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최종적 심판권은 대법원도 아니고 헌법재판소도 아닌 유권자인 ‘국민(國民)’이다. 따라서 정치권, 특히 야당은 헌재의 결정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태도를 지녀야 하며 여당 또한 헌재의 결정보다는 국민이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