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벼 품종이 지금은 2,000여 종을 헤아르지만, 인도의 갠지즈강 유역과 필리핀 또는 자바에 이르는 지역에서 자생하는 야생 벼였다. 고대 중국에서는 7,000년 전부터 이 벼를 재배했다. 이렇다보니 주식으로 자리잡아 세계 2/3를 먹여 살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굶주리고 있다.

특히 북한과 아프리카 등에서는 굶주리다 못해 죽어 나간 시신이 많다고 한다. 1670년 (경술년) 대기근을 떠오르게 한다. 조선시대 실록을 보면 끔직하고 비참했다. 현종 11년 8월 전라감사 오시수(吳始壽)는 "백성들이 뿔뿔이 흝어졌으며 굶어 죽은 시체가 길에 깔렸고, 무리를 지어 겁탈까지 했으며, 조금 익어가는 곡식이 있으면 전주(田主)를 묶어 놓고 공공연히 베어가며 들판에 방목하는 소와 말을 대낯에 잡아먹지만 감히 물어보지도 못합니다." ('현종실록' 11년 8월 10일)라고 적고 있다.

한해(旱害.가뭄), 수해(水害), 냉해(冷害), 풍해(風害), 충해(蟲害)의 오재(五災)에 인간 전염병과 가축 전염병이 가세한 칠재(七災)였다. 여기에 겨울 혹한까지 팔재(八災)가 되었다. 전라감사는 "굶주림과 추위가 몸에 절박해 서로 모여 도둑질을 하는데 집에 조금의 양식이 있는 자는 곧 겁탈의 우환을 당하고 몸에 베옷 한 벌이라도 걸친 자 또한 강도의 화를 당합니다.

심지어 무덤을 파내 관을 쪼개 시신의 옷을 훔치기도 합니다." 현종 12년 1월 11일 적고 있다. "이달에 서울에서 굶거나 병으로 죽은 자가 1460여 명이었고 각 도에서 죽은 수가 1만 7490여 명이었다고 현종 12년 6월 30일 적고 있다.

현종 12년 12월 5일 헌납 윤경교는 "기근과 전염병으로 죽은 토착 농민의 수가 온 나라를 합해 계산하면 거의 100만 명에 이릅니다." 고 주장하고도 있다. 이는 다 믿을 수는 없지만, 기후 변화 등을 볼 때 지금도 안심할 때가 아니다. 한데 대한민국이 경제강국의 길로 닦아서면서 육류소비가 늘면서 쌀 소비가 줄어 쌀이 남아돌아 '배부른 시대의 쌀 걱정' 이요 '풍년재해' 요 '쌀 갑 안정을 위한 대정부 투쟁' 까지 한다.

밥 한 공기 값이 껌 값에도 못 미치고, 점심 한 끼 값이 커피 한 잔 값이니 농민들이 나락을 갈아 엎기도 한다. 실지 요즘은 1000원짜리 라면도 많은데 밥 한 공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쌀은 200원이다. 200원 하는 껌도 없다. 자판기 커피도 300원이다. 하루에 600원이면 지하철 값도 안된다. 한달에 1만 8000원이면 자가용 운전자 한 달 기름 값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그래서 농민들은 정부에 쌀 값이 10% 올라서 서민 장바구니 휜다고 말하지 말고 200원하던 한 공기 밥값이 220원으로 올랐다고 말하라 한다. 밥 한 공기 값이 껌보다는 싸도 자판기 커피보다는 비싸도 되지 않겠는가 라고 한다.

밥 한 공기 값이 자판기 커피 값이 되는 날 농민들은 풍년가를 부르고 막걸리에 두부김치 놓고 한잔하면서 한해 고생한 들녘을 보며 휜 허리 한 번 주무르고 다시 내년 농사를 기약할 것이다.

그리고 생각할 것이다. 정부가 수매제만 유지했어도, 수입쌀을 식용으로만 팔지 않았어도, 작년부터 북한에 식량만 지원했어도, 아니 올가을 시작 전에 20만t만 긴급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했어도, 2005년 산 나락은 4만원에 팔지만 않았어도 나락 값이 이 정도는 되지 않았을 것을 말입니다.

이것 중에 하나만 했어도 자식을 내치는 심정으로 논을 갈아엎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민은 적당한 가격에 쌀을 소비하고 농민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에 나락을 파는 선순환 구조에 정부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국민이 먹는 주식을 시장 가격에 내맡기는 정부가 세계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멕시코가 필리핀이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가 그래서 실패했다는 것을,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나라가 정부의 안정적 식량정책으로 국민과 농민이 상생하는 농업구조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특히 우리 정부는 안보차원에 농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고운석 <시인. 광주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