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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하청(百年河淸) 중국 황하(黃河)의 물이 맑아지기를 무작정 기다린다는 뜻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실현될 수 없는, 또는 믿을 수 없는 일을 언제까지나 기다린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중국 황하의 이름은 늘 황토 빛을 띠기 때문에 붙여졌다. 이 강은 중국 북부지방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장장 546km를 휘젓듯 흐른다. 황하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한 황하는 건조한 황토 고원지대를 지나면서 탁류가 되어 맑은 물이 흐를 날이 없다.

그 황토물이 흘러드는 황해(黃海)는 '누런 바다'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우리나라 황해도도 그래서 지어진 지명이다. 황하유역인 중국 화북지방과 고비사막의 황토가 돌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건너온 게 황사다.

'백년하청'이란 고사성어는 이런 황하의 흐린 물에서 유래됐다.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보통 백년하청은 불가능한 일의 상징으로 비유되며, 비슷한 말로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 있다.

한데 4년전 황하가 군데군데 바닥이 드러나 흐르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 서북부의 사막화가 황하유역으로 급격히 남하함으로써 강바닥이 높아지고 강폭이 좁아져 수량이 반감한데다 50년만의 가뭄이 겹쳐 농, 공업 발전용수는 커녕 생활용수를 대지 못해 유랑민이 생기기 시작, 사스에 못지 않은 새 공황으로 여겼다.

양쯔강(揚子江)을 막는 삼협댐이 담수를 시작하면서 이 넘치는 남쪽 물을 메말라가는 북쪽 황하로 끌어 올리는 대운하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남수북조(南水北調)는 진시황의 만리장성에 못지 않은 역사적 대사업이 될 것이라 했다.

이미 7세기인 수양제(隋煬帝)때부터 있었던 남수북조다. 수양제는 분열돼 있는 중국을 남북으로 통일시켜 놓았지만 정권이 하나가 됐다는 것일 뿐 남북이 물자나 문화 측면에서 교류하지 않고는 통일의 실속이 없다고 판단하고 남북 간 대운하를 계획한 것이다.

아버지인 문제(文帝)가 진(陳)나라를 정복하면서 장병들에게 인색하여 불만이 팽배, 그 불만의 탈출구로 우리 땅 고구려 정벌을 계획하고 있었다.

때마침 고구려가 요서(遼西)지방을 자주 침범했기에 고구려를 치고 약탈을 허락함으로써 장병들의 불만을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고구려 침공을 위한 군량수송에도 운하는 필수였다.

수백, 수천만 인부를 강제동원 해 완공한 운하에 수양제는 용주(龍舟)를 띄우고 직접 출정했다. 3000여명의 장졸들로 하여금 운하 양 언덕을 도보로 걸어 수행케 함으로써 위업을 과시했는데 추위와 굶주림으로 3할 이상이 죽었다. 운하 양쪽에 버드나무를 촘촘히 심었는데 그 버드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서 있는 시체요 흔들리는 가지가지가 그 원한의 요동이라는 반전가(反戰歌)가 번지고 2차에 걸친 수양제의 고구려 침공은 그래서 대패하고 만다. 항주(抗州)에서 베이징에 이르는 이 대운하는 4개성(省)을 관통하고 해하(海河)-황하(黃河)-회하(淮河)-장강(長江)-전당강(錢塘江)의 오대수계(五大水系)를 통합한 3560리의 세계에서 가장 긴 인공운하인 것이다. 남수북조는 물을 다스려야 중국을 다스리고 황하와 장강이 죽으면 그 가운데 끼인 중국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한데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야당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 속에 10일 보설치 작업에 들어갔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오전부터 나주시 노안면 학산교 인근 영산강 6공구 승촌보 건설현장에 중장비들을 투입해 진입로 확장 등 임시 물막이 공사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이날 전국에는 영산강 승촌보와 낙동강 합천보 등 4곳의 물막이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줄기차게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정부가 기어이 강행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첫 삽을 뜬 이상 수질 개선에 큰 역할을 하는 습지가 훼손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고운석<시인. 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