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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프로야구는 1869년 미국의 신시내티레드스타킹스가 창단 되면서 1871년부터 내셔날리그가 시작되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한국보다 무려 111년이나 앞섰다. 이렇다보니 야구경기도 역사만큼이나 치열했다.

야구 영웅인 베이브루스의 자서전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선수들 간의 미신으로 구장에 오고가다가 빈 통을 보면 그 날 안타를 친다는 것이 상식이 돼 있었다. 담당심판이 할 개 눈이라든지 검은 고양이를 보아도 행운의 조짐으로 알았지만 빈 통 실은 수레를 보는 것만큼 확실한 행운의 보장은 아니었다.

자이언츠 팀 전원이 타격 부진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선수들은 부진의 징크스를 떨쳐버리기 위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땅에 던져도 보고, 방망이를 합쳐 눈감고 집어서 쳐보기도 했으며, 토끼 앞다리를 품고 출장하기도 했지만 부진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빈 통을 가득 실은 마차를 보고 들어온 선수들이 안타를 쳐댔다. 이렇게 1주일동안 선수 숙소 앞을 빈 통 마차가 지나다니는 바람에 전 선수가 타격감각을 되찾았다. 그런지 수일 후 허름한 청바지 차림의 마부가 숙소를 찾아와 거인 팀의 맥그로 감독을 찾았다.

그 동안 빈 통 나른 운반료를 받으러 왔다는 것이었다. 감독이 미신으로써 미신을 제압했으며 이로써 승리했으니 그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하고 베이브 루스는 말하고 있다. 1918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보스턴이 1920년에 베이브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한 이후 단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를 베이브루스의 애칭을 따서 '밤비노의 저주'로 불러왔음은 알려져 있다.

그러했듯이 시카고팀이 1945년 월드시리즈에 나갔을 때 한 팬이 애완용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다 저지 당하자 시카고 홈구장에서 월드시리즈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욕설을 하여 이를 '염소의 저주'라 일컬어 왔는데, 그 장구한 세월 동안 이 두 팀은 그 저주에서 풀려나지 못했고 이듬해에도 극적으로 그 저주에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5년 전 보스턴의 열성팬이 라마승의 저주 풀이를 믿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가 보스턴 모자를 정상에 묻고 양키스 모자를 불태움으로써 저주를 푸는 의식을 올렸고, 바로 그 뒤에는 시카고팀을 저주했던 분의 조카가 그 저주의 혈통을 이어받은 염소를 데리고 구장에 나타나 저주를 푸는 의식을 베풀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저주 풀이로 해소시키기에는 너무 뿌리깊은 프로야구의 미신이다. 한데 지난 10월 24일 KIA의 한국 시리즈 우승 또한 속설로 전해져 오는 '전통'을 확인시켜주는 듯 했다. 그 전통은 미국과는 달리 정치사와 관련이 있다.

'타이거즈는 영남출신 대통령 재임 때 우승한다.'는 것이다. 타이거즈는 지난 1983년을 시작으로 1986년, 1987년, 1988년, 1989년, 1991년, 1993년, 1996년, 1997년, 2009년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통산 열 차례 챔피언 등극은 전무한 기록으로 '전설'이 되고 있다. 80년대와 90년대 우승한 해는 모두 영남 출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시절이다. 김대중 대통령(98~2008년)과 호남이 지지해준 노무현 대통령(2003~2008년) 재임기에는 한국 시리즈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연관성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 공교롭다. 5.18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던 호남인은 80년대와 90년대 군사정권의 정치적 홀대와 아픔을 해태타이거즈 야구를 통해 위무 받고 대리 만족해야 했다. 올해의 KIA의 야구 승리는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의 아픔을 위로하고, 호남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을 선사한 것이다.

고운석 <시인. 광주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