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한선>문화재 발굴, 그리고 그 이후 | |
| 입력시간 : 2009. 12.31. 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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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문화유산에 대해 역사상, 학술상, 그리고 예술상 등의 가치가 큰 것을 이른바 문화재란 이름으로 지정한 데에는 그 유산을 잘 보호, 보존하고 잘 지켜서 그 가치를 두고두고 계승하고 후손과 더불어 그 창작 정신과 존재 의의를 공유하겠다는 의지의 선언이겠는데, 실질은 그러하질 못해 아쉬움 천만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한 번 이어야 하는데도 여전히 소만 잃고 있으니 누구를 탓해야 할 지 가슴이 답답하다. 물론 문화재를 잃게 된 데 따르는 책임은 향일암의 경우 사찰측과 관리감독청 측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전자는 화재에 대한 사전 예방과 방화(防火) 시설을 갖추기보다는 금단청이라는 사찰 외연의 치장에만 주력했다는 비난이 있고, 후자는 문화재의 안전 관리 및 보호 시설 관리 감독에 대한 임무를 다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목조 건축물을 좋아하고 그 아름다움을 즐겼던 우리의 선조들은 어떠했을까? 목조 건축물과 방지(方池)를 함께 시설하여 방지 가득 물을 채워두고 화재 시 방화 물로 이를 이용하지 않았던가.
산꼭대기 또는 산중에 목조 건축물을 건축하여 두고 화재에 대한 방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어떻게 감내해야 할 것인가?. 조상의 얼과 업적을 계승하겠다고 문화재를 지정한 우리들, 왜 그 얼의 주체인 지혜와 정신은 소홀하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유형의 문화재에 대해서도 그러할진대 땅속에 매장된 이른바 매장문화재의 경우 그런 안타까운 마음은 더욱 절실하다.
얼마 전 광주 효천지구 택지 조성지구에서는 우리 지역 고대문화의 우수성을 입증할 여러 기의 가마와 유물이 다수 발굴되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여러 귀한 문화유산이 오랜 어둠을 헤치고 빛의 세상으로 얼굴을 내밀자 관계자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5~6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그 귀한 가마, 거기다가 여러 유물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모습이 온전하여 자원적 가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가마 한 기만을 달랑 이전 보존키로 하고, 다시 어둠 속에 가둬버린 사실은 그 어떤 필설로도 해명하기 어려울 사건 아닌 사건이다.
며칠 전 필자는 국제 학술대회 논문 발표 차 중국 사천성 성도에 간 적이 있다. 그 곳에서 필자는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중국인들의 매장 문화재 발굴과 그에 대한 보존 그리고 활용 방법이었다.
성도 부근 광한시에 있는 삼성퇴(三星堆) 유적이라고 부르는 한 발굴지는, 발굴 현장이 박물관으로 시설되어 있었는데 바같엔 넓은 잔디밭은 물론 여러 수목과 화초를 조성하고 그 내부엔 그 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다양한 기법으로 전시함은 물론 그에 대한 다각적 해설과 의의를 게첨 또는 동영상 등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시설을 갖추고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었다.
한글 동영상까지 제작하고 한국인 관광객을 맞고 있는 저 중국인들의 문화재 활용에 대한 모습, 문화재를 발굴하기에만 급급하고 그 다음은 소홀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현실과 어쩜 그리 대조적인지, 필자의 입은 여기에서 다물어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성도 시내에 있는 청동기 시대 유적인 금사(金沙) 유적지 또한 삼성퇴 유적지와 마찬가지로 박물관을 지어두고, 유물을 보존하고 잘 관리하면서도 역시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곧이어 4대강 사업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업의 시작은 문화재 시·발굴에서부터일 것인데 강을 따라 형성되고 이어져 내려온 문화의 발전사를 감안할 때 만만찮은 문화재가 발굴 될 것으로 사료되는 바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
시간에 쫓겨 발굴에만 급급할 일이 아니다. 발굴된 문화재를 어디다 어떻게 보존, 관리하며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과학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문화재는 잘 보존해야 하면서도 그 가치와 의의를 모두가 공유해야 하니까 말이다.
최한선<도립대학 교수·전남문화재연구원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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