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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올림픽을 치르고 나서부터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에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알아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 많은 나라들이 알아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년 전 중국에 갔을 때 정말 중국이 언제 성장할 것인가 생각했는데, 지금은 중국이 세계에 어느 나라도 무시하지 못할 강대국이 되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일본은 무시 못하는 선진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에서 韓中日 세 나라를 알아주고 있는 것을 보면 유럽의 英佛獨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한국이 곤경에 빠지거나 나랏일이 잘 안 풀릴 때 어른들이 ‘약소국이 강대국 하자는 데로 하는 방법 밖에 없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약소국이란 상대적 개념으로 누구와 비교해 더 약하고 작으냐를 가리킨다. 남한의 국토는 세계 86위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26위, 경제규모 15위, 군사력 10위, 외환보유액 6위 등의 지표를 보면 우리가 이제 그리 약하지만은 않은 나라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역내 국가들이 곧 세계 강대국인 동북아에 한국이 위치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로서는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지정학적 위치라는 점이다. 게다가 분단국가로 살아야 하는 불완정성(不完整性)도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강대국들 사이에서 그저 교량과 허브 역할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하기에는 우리의 힘과 잠재력이 너무 큰 것 같다. 국가 간의 기(氣) 싸움은 대개 외교 전선에서 일어나게 마련이다. "우리 같은 약소국이 뭘 할 수 있겠어" 라는 생각은 국제정치의 게임이 단층(單層)적인 힘의 승부에 불과하다는 잘못된 인식으로부터 생긴다.

국제정치에서의 힘은 그보다 훨씬 다층적이고 다원성을 띠며, 다양한 외교의 영역에서 개별국가가 지닌 협상력과 승부수는 종합국력의 단순비교만으로 풀어지는 일차방정식이 아니다. 아랍권을 압도해온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그러하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인 아세안의 의제설정을 주도해온 싱가포르가 그러하다.

이들 나라 모두 소위 쉽게 다루기 힘든 상대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준 작지만 강한 나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국제사회는 한국을 비록 작지만 다루기는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평가할까?

1992년 한중 수교협상에 대한 여러 자료는 대통령의 임기 내 수교에 집착했던 한국이 중국에 대해 제대로 된 승부수를 띄울 수 없었다. 프랑스와의 외규장각 문서 반환 협상에서도 테제베라는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광우병 발생 위험이 과장된 측면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2008년 소고기협상이 대통령 방미 직전에 그렇게 전격적으로 또 허술하게 타결되었는가도 생각해볼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가 400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원전사업을 수주하는 데엔 막판 정상외교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원전 설계, 부품, 건설, 운용 전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더라면 정상외교도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원자력 1호기 가동 후 지금까지 방사능 물질 유출 같은 안전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

1년 중 원전 가동시간의 비율을 나타내는 원전 이용률도 작년 93%로 미국 90%, 프랑스 76%, 일본 59%보다 높다. 원전 건설비는 다른 선진국들 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1㎾h당 발전단가도 훨씬 싸다.

원전 건설기간도 프랑스나 미국보다 짧으며, 경제성과 안전성에서 경쟁국들을 압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속에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광주는 어떤가, 국내에서는 많은 성장을 한 경쟁력 있는 도시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에서 서울, 부산, 인천, 제주는 알아도 광주는 모르고 있다. 庚寅年을 맞이해 광주는 新광주메트로폴리탄의 교통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울러 광주를 국제경쟁력을 갖춘 국제도시로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주를 어떻게 하면 경쟁력 있는 국제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를 전문가들이 연구하면서 고민할 때라고 본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동신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