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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라도 지방은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벌교읍이 고향인 정정남씨가 제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국 어느 곳보다 혼란스러우면서도 한편 들뜨고 한편 우려 섞인 지역이 있었다. 바로 낙안. 벌교. 동강지역으로 옛 낙안군의 복군 때문이었다. 고향이 옛 낙안군 지역과 가까운 정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반드시 옛 낙안군을 복군 시키겠다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누누이 강조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정정남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되던 순간 순천, 고흥, 보성에서는 이미 낙안군으로 차출 될 공무원 선발을 위해 회의가 시작됐고 낙안군 분리에 따른 행정조치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무원 조직의 혼란은 지역민들의 혼란에 비하면 아주 작은 혼란이었다.

낙안군이 복군 될 것이 분명하고 낙안군수를 비롯한 민간인에게 돌아갈 자리가 수십 개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 사람들이 감투와 자리를 두고 눈치 싸움을 벌였고 몇 개의 정치세력은 표면으로 불거져 올라와 보이지 않는 암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벌교에 사는 김강동씨는 정 대통령 당선자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력을 앞세워 선거운동원들을 빠르게 조직화 시켜나가면서 자신이 정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이 지역의 독립을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여왔다고 강조하면서 돌아다녔다.

이에 반해 동강의 최민철씨는 고흥군의원을 지낸바 있고 이미 고흥군 중심부에서 활동하던 터라 낙안군 복군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행정구역 변경을 앞두고 동강지역민들이 동강에서 나와야 한다고 낙안군수로 추대하는 형국이었다.

반면, 낙안의 박태형씨는 낙안군 복군에 관해서는 김강동씨 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준비해왔고 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았어도 복군은 이뤄졌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낙안군에 관해서 가장 잘 알고 낙안군 복군에 가장 힘을 많이 써 온 만큼 적임자임을 역설하고 다녔다.

그런데 낙안군수 자리를 놓고 지역민만 설왕설래하는 것이 아니었다. 각 재경향우회에서도 갑자기 무더기로 지역에 내려와서 잔치를 벌이기를 며칠째 하는가 하면 중앙무대에서 지역발전과 낙안군 복군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전단지를 만들어 동네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명하기에 바쁜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웃지 못 할 촌극이다. 먹이 감을 보고 달려드는 하이에나 떼처럼 순식간에 옛 낙안군 지역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술집과 다방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생각해 보면 지난 105년 동안 낙안군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더구나 낙안군이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장 낙안군 복군에 많은 일을 했다고 너도나도 나서고 있는 모습은 해방 후의 모습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웃음이 나왔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 낙안군의 폐군과 분리는 지도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극심한 혼란은 계속되다가 이듬해인 2013년 3월에 선거가 실시됐다. 그런데 이 선거에서 낙안군수로 당선된 사람은 전혀 엉뚱하게도 모 재경향우회 최 모씨였다. 최 모 씨는 국내 굴지의 토목회사와 호텔업을 하던 사람으로 낙안군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낙안 평야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벌교 장좌리 마을 주변에 컨벤션센터를 비롯한 고급 호텔 세 개를 유치한다는 공약을 앞세워 당선됐다.

그런데 낙안군수 자리보다 주요 공직과 각종 사회단체 요직 인사발령이 있던 5월에 이름이 뜬 사람들을 보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지금껏 선조들의 삶이 있고 또 후손들이 살아갈 땅이 억울하게 갈려져 있던 낙안군이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 번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더구나 낙안군에 대한 얘기를 끄집어내면 순천이나 보성, 고흥에 달라붙어 얘기하는 사람을 “역적이니 빨갱이니” 하면서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사, 인간사 그것이 공식이라고는 하지만 낙안군의 해방과 복군에서도 이런 공식은 여지없이 맞아떨어지고 말았다. 물론, 그들은 정권이 바뀌면 낙안군이 복군될 것이라는 소리를 먼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며 그 소리가 흘러 다니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순천, 보성, 고흥을 배신하고 돈 많은 최 모 씨에게 달라붙어 그를 낙안군수로 만들고 그 밑에 들어가 낙안군의 요직에 앉게 됐다는 것도 뻔 한 얘기들이다.

그렇게 감격(?)스럽게 낙안군은 105년 동안의 설움을 딛고 복군 돼 해방을 맞이하게 된다. 폐군 당시 일본과 인근 시, 군에 들러붙어 낙안군 폐군에 일조했던 부류들이 105년 동안은 다른 시, 군에 붙어 배불리 먹고살다가 다시 해방이 되고 복군이 되자 거머리처럼 달라붙었고 주민들은 역사고 문화고 설움이고 한이고 뭐고 간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 건설 공약과 호텔 세 개 짓는다는 것에 기표하고 그들에게 땅을 넘겨준 기막힌 일이 또 반복됐던 것이다. 이것이 낙안군의 복군이고 해방이었던 것이다.

재공-남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