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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회자되는 우스갯소리지만 변호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고, 한약방 주인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밥이 보약이라는 사람’이며, 치과의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먹는 사람’이고 필자처럼 교직자에게 제일 미운 놈은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 여기에 하나가 더 보태어졌는데 바로 정치인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그놈이 그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스갯소리가 세태(世態)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고 하겠으며 역으로 생각하면 정치인들도 국민들이 정치인 모두를 그놈이 그놈이라고 싸잡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아는 모양이다.

2년전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갈아보자’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의 기저에는 지난 10년에 걸친 진보성향 정권에 대한 실망과 함께, 갈아보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갈아본 다음 우리의 정치 현실은 어떠한가. 참여정부 시절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그토록 비판했던 ‘코드인사’의 악습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전혀 달라지고 있지 않으며 권력형비리 또한 근절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좌편향 정부’하에서 능력보다는 이념적 코드에 따라 이루어진 인사가 우리나라를 망쳐 놓았다고 한다면, 이제 정권을 잡은 그들은 그야말로 출신지역, 학벌, 이념적 성향 및 선거과정에서의 공로를 떠나 능력 있는 인사를 두루 찾아 발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터인데도 그러한 노력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런가 하면 참여정부 하에서 권력기관의 과도한 힘이 많이 약화되었고, 정부기관의 통제와 간섭 또한 느슨해진 현상이 없지 않았던 데에서 공직사회의 기강이 다소 해이하여 졌다면 정권교체 이후에는 바로 이에 대한 개선책이 나아야 할 터인데도 이러한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이렇다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권을 교체한 이유와 까닭 그리고 그 보람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후 치러진 몇 차례 선거에서의 투표율은 ‘민주주의 위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을 보여 주었다.

정치가 사회의 모든 가치 분배를 최종적으로 담당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때, 정치가 제 궤도에 진입할 때만이 우리 사회도 선진사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명박 정권은 마땅히 그들이 비판해 마지않았던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에서 벗어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바라 건데 이제 집권 초 6개월 간의 혹독한 시련을 거울삼아 국민을 위한 정치를 도모함으로써 정치인 모두가 ‘그놈이 그놈’이라는 냉소를 국민들로부터 받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정치인이 존경 받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이며, 정치인이 냉소의 대상이 될 때,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오수열 교수<전남대 정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