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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는 민족의 대표적 상징 다리 하나와 100여 미터를 사이에 두고 친일의 상징처럼 돼 있는 다리 하나가 있다. 그것이 바로 홍교와 소화다리다.

홍교는 1705년(숙종 31)에 모후산 대광사의 승려였던 초안대사의 설계로 만들어진 후 중수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고 원래 부용교라 불리는 일명 소화다리는 1931년 (소화6년)에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후 지금껏 남아있다.

이 두 개의 다리는 그 상징성만큼이나 슬픈 운명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시작된 우리민족의 서글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원래 홍교는 반쪽다리가 아니었다. 현재의 다리모양으로 유추해 보면 훨씬 더 웅장한 모습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언제부터 봉림마을쪽 다리가 유실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 이후 나무다리로, 돌다리로, 시멘트다리로 변화를 겪었지만 일제강점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민들은 얘기한다.

그 이유는 소화다리가 만들어진 1931년 무렵, 벌교천은 하천정비 사업을 진행했고 일부지주들과 결탁한 일본인 면장이 ‘벌교가 수해를 입는 것은 홍교’때문이라면서 홍교를 뜯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리고 만들어진 것이 소화다리인데 1931년 후반에는 일제가 홍교를 강제 폐쇄하고 소화다리 통행을 강요했는데 이 또한 수해를 빙자한 민족전통 말살의 일환이었지만 벌교민들은 홍교훼철 반대에서부터 시작해서 새로 난 소화다리를 거의 건너지 않는 적극적 투쟁으로 맞섰다고 한다.

이렇듯 민족의 대표적 상징 다리 ‘홍교’와 친일의 상징처럼 돼 버린 ‘소화다리’는 100여 미터 사이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게 됐는데 홍교다리는 방치되다시피 해 훨씬 더 많은 훼손을 가져왔고 소화다리는 건너다니는 일본인을 향해 조선인이 주먹을 휘둘러 공포의 다리로 변하고 말았다.

해방 이후 여순사건과 6.25때엔 홍교가 화해의 다리였다면 소화다리는 살육의 현장이었다고 하는데 좌. 우익의 대립 속에서도 비록 소설속의 묘사지만 홍교다리엔 불쌍한 사람들이 가져가도록 쌀가마니를 놓고 갔다는 내용이 있는 반면 소화다리에서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총살형이 벌어지는 비극이 계속됐다고 전해진다.

홍교가 분단의 아픔처럼 반쪽다리가 돼 버린 현실. 일제침략 야욕과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이었던 소화다리. 벌교가 우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것은 벌교천을 따라 100여 미터 간격을 두고 서 있는 홍교와 소화다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남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