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프린트하기

관자(菅子)는 “천하란 국가의 근본이고, 국가는 고을의 근본이고, 고을은 집의 근본이고, 집은 사람의 근본이고, 사람은 몸의 근본이고, 몸은 다스림의 근본이다”라고 말했다.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지방 행정구역의 중요한 단위에 불과했던 서울은 태조 이성계가 무학국사와 중신들의 의견에 따라 도읍지를 한양으로 정하고 천도를 단행하면서 우리나라의 최고 도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서울은 도성과 성저로 구성됐었는데, 도성은 성 안의 땅으로 궁궐·관청·도로·하수도·시장 등의 위치가 정해졌으며, 성저는 성벽으로부터 사방 10리에 이르러 북으로는 북한산, 남으로는 한강 노도, 동으로는 양주의 송계원, 서로는 양화도, 모래내를 따라 난지도에 이르렀었다. 조선 초기에 수도로서의 위용을 갖춘 서울은 근세에 들어서면서 최대 규모의 도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을사조약 당시 25만 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일본인 거류민의 급격한 증가로 1936년에는 73만 명을 돌파했다. 광복이후인 1949년에는 140만 명에 달했던 서울은 6·25전쟁이후부터 인구 팽창이 급속도로 진행돼 200만 명을 돌파한 뒤 최근에 이르고 있다. 현재 수도 서울은 1천100만 명에 이르러 인구밀도 세계5위의 초거대도시다.

서울은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사회 등 모든 면에서 단연 우월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역량이 서울로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적인 역량의 한곳 집중은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깨달은 정부가 인구 분산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현재 서울의 인구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희한하게 인천·경기 지역의 인구가 늘면서 서울에서 생활하는 유동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바로 서울의 인구는 줄었지만 수도권의 인구는 늘어, 결국 수도권을 팽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분당 신도시, 일산 신도시, 부천 중동, 상동지구 신도시, 안양 등 서울 주변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해 서울의 인구를 수도권으로 내보내 인구는 줄었지만, 서울로 출·퇴근하는 유동인구는 더욱 늘어난 셈이다. 이로 인해 서울의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은 더욱 심화됐으며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신행정수도 예정지로 공주·연기지역이 최종 확정됐다. 신행정수도가 건설되면 서울의 상당수 인구가 지방으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돼 서울 인구가 900만 명으로 덜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신행정수도 건설이 국가의균형발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 문제를 해결할 묘책이었다.

한데 지난 1월 11일 공주·연기지역 세종시 수정안이 공식 발표되면서 나라가 요동치고 있다. 정부의 수정안 핵심은, 그동안 알려진 대로 9부-2처-2청을 세종시로 이전시키는 대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세종시에 투자하는 기업에게는 파격적인 조건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헐값에 부지를 공급해 기업과 대학 등에 특혜를 주며 유인하겠다는 발상이다. 때문에 원안을 고수하며 충청권과 야권이 전면 투쟁하고 여론전에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물 건너간 것이라며 반발이 심하지만, 특히 광주·전남은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그 어느 지역보다 타격이 크다. 세종시 5대 거점기능에 태양광과LED 등 호남 광역경제권 선도산업과 중복된 첨단·녹색기업 육성방안이 포함돼 지역의 신성장 동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은 불을 보듯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광주 연구개발특구나 신재생에너지산업, 광산업 등 지역 역점사업에 대한 지원방안도 없어 지역산업의 위축도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투자유치 현장에는 세종시 수정안 후 폭풍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앞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티의 재앙을 볼 때 더더욱 그리 여겨진다.

고운석 <시인.남구발전혀의회장>